[사회] [단독]"특검 강압" 담긴 공무원 유서, 필적 감정…시신도 부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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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피의자 조사를 받은 양평군 사무관 정모(57)씨가 조사를 받은 지 일주일여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김 여사 일가가 개발 사업을 벌인 공흥지구 공흥1리 표지석. 손성배 기자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양평군 공무원 정모(57)씨가 남긴 10여장 유서는 앞서 공개된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지난 3일 자 메모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지난 2일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부담금 면제 의혹과 관련한 특검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지난 10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유족 측과 정씨의 변호인 등에 따르면 정씨는 유족 등에게 10여장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유서는 사망 이틀 전인 8일 정씨와 면담한 박경호 변호사(국민의힘 대전 대덕 당협위원장)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1장짜리 메모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으며, 풀어쓴 것이라고 한다. 유서와 메모의 필적도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을 사전에 모두 확인할 계획이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오는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씨가 남긴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의뢰하고 같은 날 시신을 부검한다.

유족이 유서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은 유족 조사를 받은 고인의 형에게 유서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았는데,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한 치의 의심과 의혹이 없도록 하기 위해 사전에 부검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특검 조사 이튿날인 3일 자로 작성한 한장짜리 메모엔 “계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해도 다그친다” “이렇게 치욕을 당하고 직장생활도, 삶도 귀찮다” “나름대로 주민을 위해서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자괴감이 든다” 등 특검 수사 직후 심경이 담겼다. 정씨는 김 여사 일가가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개발부담금을 산정하는 부서의 팀장으로 특검 출범 전 경찰 수사 단계에선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정씨를 면담하고 사망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건 수임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면담 전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선을 통해서 고인의 메모를 전달받고 8일 양평 모처에서 고인을 만났다”며 “고인은 면담 당시에도 메모 내용대로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고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특검 수사팀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장례는 당초 12일 발인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13일 부검 일정이 잡히면서 이날 오전 1시쯤 빈소를 정리하고 시신만 장례식장에 안치된 상태다. 양평군은 오는 14일 오전 8시20분 양평군청에서 정씨에 대한 영결식을 엄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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