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조희대, 국감 증언대 안 선다…"관례대로 인사말 후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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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도착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 출석은 하지만 종전대로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퇴장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국감 일반증인으로 증언대에 세우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전례대로 출석은 하되 증언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1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오는 13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할 계획이다. 앞서 여당 측은 조 대법원장을 ‘대선개입 의혹’ 관련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판결을 ‘대선개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당시 재판장이었던 대법원장을 본격 추궁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한 후 퇴장해왔다. 국정감사 현안에 대한 답변은 기관증인인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대신하는 게 관례였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로 헌재소장이 인사말을 마친 후 퇴장하면 사무처장이 출석해 질의를 받는다. 질의가 끝난 뒤 다시 기관장이 출석해 마무리 인사말 취지로 ‘종합답변’을 한다. 그러나 여당은 이같은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으로부터 증인 선서를 받고 질의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선서하고 증인으로서 증언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조 대법원장이 증언대에 서지 않겠다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법사위원들이 국회사무처 공무원과 함께 직접 동행명령장을 들고 대법원장 집무실을 찾아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증인들이 모두 불출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런 상황에서 법원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아예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었다. 법원 내부에서도 “망신주기용 증인신청”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주장과 함께 국회 출석 시 발생할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대법원장이 아예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검토 끝에 전례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인사말을 하지 않은 선례가 없고, 인사말은 국회에 대한 존중 문제이기도 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증언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장이 국회 증언대에 설 경우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일선 법관들에 대한 증언 요구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감에서 구체적인 질의에는 기관증인인 법원행정처장이 응답해 온 선례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여당 주도로 열린 두 차례 청문회에도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를 들어 2차례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대법원은 국회법상 국회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막을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법에는 위원장이 의원·방청인에 대해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퇴장을 막을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위원장이 국회증언감정법을 근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고발될 수 있고,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으나 실제 기소나 유죄 판결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27건의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지만 집행돼 증인이 출석한 사례는 없다.
이번 법사위 국감에선 조 대법원장을 증언대에 세우기 위한 여당의 공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검증 때 대법원장 증인 공방을 재차 벌일 수 있다. 앞서 여당에서는 이 대통령 사건 판결 과정에서의 전산 로그기록, 결재 문서 등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대법원이 합의의 비공개(법원조직법 65조) 원칙을 들어 제출을 거부하자 “판결 과정의 정당성을 확인하겠다”며 현장검증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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