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친환경으로 냉·난방비 줄인 쾌적한 집 만드는 비결은
-
12회 연결
본문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일어나 큰 피해가 있었고요. 이런 잦은 화재는 기상 이변과 관련 있다고 전문가는 분석해요.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 낮은 습도는 화재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요. 기상이변은 화재뿐만 아니라 생물종의 멸종 위기 증가, 서식지 변화, 외래종 침입, 질병 증가, 그리고 먹이사슬 교란 등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죠. 이런 이유로 친환경 주거 모델인 ‘에너지 제로 하우스(Zero Energy Hous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사용하며 내부의 에너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해 에너지 소비량을 0으로 만드는 건축물이에요. 우리가 사용하는 건축물이 차지하는 탄소 배출의 비중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는 국가 전체의 약 25%에 달해요. 이에 전문가들은 건축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그 대안이 바로 '에너지 제로 하우스'죠.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건축물까지 에너지 제로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2030년에는 모든 건축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해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에너지 제로 주택단지 ‘이지하우스(EZ House)’에 방문한 서진하(왼쪽)·이시온 학생기자가 에너지 절약 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이에 2017년 서울시 노원구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에너지 제로 주택단지 '이지하우스(EZ House)'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꼭대기에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이지하우스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건축물에서의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노원구가 추진한 한국 최초의 에너지 제로 주택단지로 아파트 3개 동, 빌라 1개 동과 복층형 단독주택 3채로 이뤄졌으며 현재 121세대의 주민이 실제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
노원 이지센터 김효선 해설사는 "여러분도 탄소중립이 중요하다는 얘기 들어봤죠?"라고 물었어요. 서진하·이시온 학생기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 세계 사람들이 탄소중립에 왜 동참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라고 다시 질문했습니다. 진하 학생기자가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들었어요"라고 대답했죠.
"맞아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여러 온실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는 산업화로 인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죠. 서울의 경우 2021년 기준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98% 이상이 전력과 가스에서 발생했고, 이로 인한 탄소배출량 역시 전력과 가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해요. 그래서 건물 에너지를 줄이면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감소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빌딩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온 거고요."

김효선 해설사(맨 왼쪽)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서 단열은 건물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별도의 냉난방 장치 없이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패시브하우스는 1988년 독일의 볼프강 파이스트 교수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고성능 단열재, 고기밀성 외벽, 고성능 창호, 열회수형 환기장치 등을 통해 외부로의 열 이동을 최소화해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죠.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이 궁금해요" 진하 학생기자 질문에 김 해설사는 "패시브·액티브 기술이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기술이에요. 패시브 기술을 통해 에너지 소비 자체를 최대한 줄인 후, 액티브 기술로 부족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보충하는 방식인 만큼 패시브·액티브 기술 모두 중요하죠"라고 설명했어요.

태양광 패널이 곳곳에 설치된 이지하우스는 한국 최초의 에너지 제로 주택단지로 아파트 3개 동, 빌라 1개 동과 복층형 단독주택 3채로 이뤄졌으며 현재 121세대가 살고 있다.
실제 주택 안에서 패시브 기술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볼 수 있다며 김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끌고 이지하우스 홍보관 2층에 있는 단열재 기술 전시로 향했습니다. "기존 주택은 단열재가 콘크리트 벽체 안쪽에 있어요. 그래서 외부 공기에 노출돼 급격히 차가워진 콘크리트가 고온 다습한 실내 공기를 만나 결로와 곰팡이가 잘 생기고, 콘크리트가 계절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건물 노후화가 급속도로 일어나요. 반면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단열재가 벽체 바깥쪽에 있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죠."
전시된 단열재는 콘크리트가 외부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외부 단열재가 단단히 감싸도록 설치돼 있었습니다. 실내와 맞닿아 있는 콘크리트 벽이 냉난방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축열체 역할을 하는 셈이죠. 단열재 역할 만큼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서 중요한 기술이 있는데, 바로 '열회수형 환기장치'라며 김 해설사가 전시된 기술을 소개했어요.
"겨울에 창문 열고 환기하면 집이 어떻게 돼요?" 김 해설사 질문에 시온 학생기자가 "금방 추워져요"라고 대답했어요. "맞아요. 실내 온도가 낮아지죠. 그때 생기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 장치를 설치한 거예요.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신선한 외부 공기를 들이면서 동시에 실내 공기를 배출할 때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다시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죠. 그래서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서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심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고 또 필수적인 장비로 전해져요."

김효선(맨 오른쪽) 해설사가 단열재가 이중으로 들어 있어 일반 문보다 훨씬 무겁고, 이중 개스킷(고무패깅)으로 틈새 바람을 막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 단열문에 대해 설명했다.
"들어오면서 이지하우스 단지 봤죠? 일반 아파트랑 외관 비교했을 때 뭔가 다르지 않았나요?" 김 해설사 질문에 두 학생기자가 "태양광 패널이 많았어요" "밖으로 블라인드가 나와 있었어요" 등 여러 답변을 내놨어요. "모두 잘 봤어요. 외부 블라인드가 에너지 제로 하우스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꼽히는데요. 기존 주택에서는 유리창 안쪽에 내부 블라인드를 설치하는데, 이럴 경우 햇빛을 가려주지만, 태양열을 막지는 못해요. 외부 블라인드의 경우 여름철 태양열 차단으로 냉방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겨울철 외풍을 막아 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죠. 또 최적화된 일조량 조절로 실내 밝기와 쾌적성을 유지하는 등 건물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는 중요한 기술이에요. 외부 블라인드는 냉방 에너지 소비를 29.5%까지 절감하는 것은 물론 외부의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겨울철에는 난방 에너지 소비를 5.8%까지 줄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바 있죠."
노원이지센터에 따르면 한국 평균 주택 연간 에너지 요구량은 124만9453kWh지만 노원 이지하우스는 48만9509kWh로 한국 평균 주택 대비 연간 에너지 요구량을 60.8%~61% 절감했습니다. 이로 인해 약 97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요.

틈새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기밀 테이프를 붙인 창호 프레임과 일반 창호 프레임을 비교하는 진하 학생기자.
"건설비용도 비싸고 짓는 과정도 어려울 거 같은데, 에너지 제로 하우스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시온 학생기자 말에 김 해설사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고갈 문제 해결, 그리고 건축주의 생활비 절감과 쾌적성 향상이라는 이점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고 앞으로 많이 늘어나야 할 건축물이죠. 특히 난방과 냉방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함으로써 전기요금·연료비 등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도 있고요.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죠.
김 해설사 말처럼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방안인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주거 형태와 빌딩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돼요. 이와 함께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등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도 일상에서 많은 노력이 동반돼야겠죠.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후기
제로 에너지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광·지열 등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환경을 지키는 것을 말합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노원이지센터에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 사용한 자재와 모형 등이 전시돼 하나하나 해설사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볼 수 있었죠 '어떻게 하면 에너지가 더 빠져나가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실제로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집을 설계한 연구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죠. 에너지 제로 하우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또 이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해설을 듣다 보니 저 역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우리가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게 됐습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에어컨 실내 온도를 1도 더 높이는 것,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죠. 앞으로 이지하우스와 같은 에너지 제로 하우스가 여러 지역에 많이 설치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평소에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겠습니다.
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 1)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노원이지센터에 있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였습니다.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보니 멀리서도 에너지 제로 하우스임을 알 수 있었죠. 에너지 절약에 사용된 기술을 보는데 외부에 단열재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단열재를 외부에 설치한 것과 내부에 설치한 것이 어떻게 다른지 해설사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또 일반 주택과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 사용되는 유리창의 차이점도 체험해볼 수 있었죠. 기억에 남는 기술은 외부 블라인드였습니다. 블라인드는 실내에만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외부 블라인드가 햇빛도 막아주고, 실내 온도를 전체적으로 낮춰주고 있었죠. 블라인드와 환기장치를 보면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도·온도·풍속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주 작은 것들이 큰 에너지 손실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 밖에도 여러 기술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감탄이 나왔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체험 주택에서는 실제 기술이 적용된 집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고요. 나중에 이런 집에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초 6) 학생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