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카이치? 다마키?…일본 총리, 더 복잡해진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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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左), 다마키(右).

오는 21일쯤으로 예상되는 일본 임시국회에서 차기 일본 총리 선출을 둘러싼 혼전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선거때만해도 의석수가 가장 많은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10일 공명당이 연립 정권 이탈을 선언하면서 정세는 급변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총선 이후 급속히 존재감을 키운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를 추진,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일본유신회가 합류할 경우 자민당을 웃도는 210석을 확보하게 된다.

입헌민주당 “정권교체 위해 총리 양보 가능”
“저는 언제든 내각총리대신을 맡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다마키 대표는 11일 오사카 거리 유세에서 이렇게 외쳤다. 공명당이 연정 이탈을 발표한 이후, 그는 ‘내각총리대신’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그의 발언은 입헌민주당이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마키를 유력 후보로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총리 지명 투표 당시 입헌민주당은 노다 요시히코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를 호소했지만, 다마키 대표는 이에 협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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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입헌민주당은 이번에는 정권 교체 실현을 위해 ‘총리직 양보도 불사한다’는 전략으로 선회, 일본유신회에도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중의원 의석은 자민당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순이다.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 1955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중의원·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은 상태다. 따라서 자민당이 정권을 유지하려면 예산안과 총리 지명에서 우위를 지닌 중의원에서 반드시 과반(233석)을 확보해야 한다.

공명당 이탈 전까지만 해도 국민민주당을 연정에 끌어들여 과반을 맞추는 시나리오가 유력했지만, 공명당 이탈 선언 이후 국민민주당이 자민당과 손잡을 이유는 사라졌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2009~2012년 집권 당시 ‘민주당’이라는 한 정당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는 안보·헌법·에너지 정책을 두고 자민당에 가까운 보수 성향 의원부터 극좌 성향의 의원이 혼재해 당시 여러 정책에서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민주당 정권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2009년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였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최소한 현외 이전”을 공약하며 오키나와 주민의 기대를 높였지만, 이전 후보지를 찾지 못한 채 결국 자민당 정권 시절 미국과의 합의안으로 결론을 냈다. 국민들은 민주당 정권에서 돌아섰고, 미·일 관계도 악화됐다.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이후 민주당은 분열과 재편을 거듭했다.

지금의 입헌민주당에는 당시 민주당 중에서도 진보성향 의원이 많이 남아 있다. 이들은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인 2015년에 통과된 안보법제를 ‘위헌’이라 규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다.

반면 국민민주당의 안보정책은 오히려 자민당과 가깝다. 원전 확대정책에도 긍정적이다.

다마키 대표는 공명당의 연정 이탈 직후인 10일, 입헌민주당의 ‘러브콜’에 대해 “총리 지명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X에 적었다. 그러면서 입헌민주당에 “안보 정책의 헌법적 해석, 원전 문제 등 지금까지 모호했던 기본 정책을 놓고 국민민주당과 정책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 당 차원의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재결합’하기엔 특히 국민민주당의 허들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마키 대표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만, 신바 가쓰야 간사장은 입헌민주당 측 진보성향의 의원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양당을 잇는 중간 역할을 할 인물도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노다 대표는 12일 후지TV 방송에 출연해 다마키 대표를 향해 “총리를 목표로 한다면 포용적 관점에서 협의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명당 정권 이탈로 한·일관계 냉각 우려
일본유신회는 양당의 협의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한 전직 의원은 현 정국에 대해 “일본유신회의 행보가 핵심 변수”라고 분석한다. 공명당의 연정 이탈로 정치적 성향이 자민당과 가까운 일본유신회가 오히려 자민당 연립 참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두 당이 손잡을 경우 과반까지 2석이 부족하며, 우익정당인 참정당(3석) 등이 가세하면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 연정 참여가 현실화하려면 정책 협약 등 기본 합의가 필요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편, 공명당의 정권 이탈은 일본의 아시아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명당은 ‘평화의 당’을 표방하며 아베 정권 시절에도 우경화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 다카이치 총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번 이탈로 다카이치가 자신의 정치 신념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기 쉬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한층 냉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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