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툭하면 항생제? 'OECD 2위' 한국인 건강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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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세균이 늘어나면서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이 내성균 확산을 부추겨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과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1.8 DID(Defined Daily Dose per 1000 inhabitants per day)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공개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2022년(25.7 DID)보다 크게 증가했다. 당시 한국은 OECD 평균(18.9 DID)의 1.36배 수준으로 4위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사용량이 더 늘어난 것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꼽은 글로벌 보건 위기다. 내성균에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고, 입원 기간이 길어지며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1월부터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ASP는 병원 내에 전문 인력을 두고 항생제 처방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검토해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제도다. 항생제 종류, 용량, 사용 기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내성균 확산을 차단하고 환자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질병관리청 의뢰로 수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ASP에 참여한 병원들의 관리 수준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모든 참여 병원(100%)이 특정 항생제의 사용을 통제하는 ‘제한항생제 프로그램’을 운영한 반면, 비참여 병원은 56.6%에 그쳤다. 또한 미생물 검사 결과에 따라 적합한 항생제로 변경을 권고하는 ‘중재 활동’을 수행한 병원 비율도 참여 기관이 59.2%로, 비참여 기관(10% 미만)을 크게 앞섰다.

다만 전문 인력 부족은 여전히 주요 과제로 꼽힌다. 조사 대상인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중 절반 이상(53.6%)이 전담 인력이 부족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2차년도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은 감염에 취약한 노인과 어린이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ASP가 의료 현장의 문화로 자리 잡고,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으로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학계와 협력해 항생제 관리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의료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표준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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