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백해룡 투입" 지시에…백 "내가 권한 가진 수사팀 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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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검·경 합동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을 파견하라고 지시한 것을 둘러싼 공방이 13일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대통령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특정인을 수사팀에 포함하라고 직접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중 “의혹 제기자(백 경정)가 수사하면 제대로 되겠느냐”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대장동 비리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한테 시키면 되고, 쌍방울 수사는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가 수사관 하면 되고,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조명환씨(최초 제보자)가 수사팀에 합류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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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경정이 대검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난 6월 1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 법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검사를 지휘하지 못하고, 오로지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얘기할 수 있다”며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검사에게 직접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 위법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출신 송영훈 변호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경찰관 본인이 피해자인 때에는 수사 직무의 집행에서 제척된다”며 “한마디로 대통령이 위법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환영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3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속 시원한 결정”이라며 “임은정 검사장과 백해룡 경정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윤석열 내란 정권에서 벌어진 마약 카르텔과 음모, 부패한 정권의 비호와 묵인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8월 21일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지휘하던 해당 사건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직접 지휘하도록 수사팀 소속을 변경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백 경정은 영등포서에 있으면서 수사하다가 좌천돼서 곤욕을 치른 사람”이라며 “(내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파견한 것은 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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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0일 백해룡 당시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 '말레이시아 밀반입 필로폰 국내 유통 범죄조직 검거' 브리핑 중 압수한 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뉴스1

백 경정은 2023년 10월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시절 말레이시아에서 필로폰 74㎏(당시 시가 2200억원)을 들여 온 혐의로 다국적 마약 조직원들을 검거했다고 브리핑한 수사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이후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인천세관 직원들이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언론에 브리핑하고 수사를 확대하려다 여의치 않자 “경찰 윗선이 브리핑을 막고 서울청 광역수사단으로 사건 이첩을 지시했으며, 검찰에서도 영장을 내주지 않는 등 조직적인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24년 8월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백 경정이 외압 주체로 지목한 김찬수 전 영등포서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언론 브리핑을 하고 압수수색을 하면 해당 기관(관세청)이 증거 인멸을 할 수 있어 브리핑 연기를 지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서울청 간부들도 “이첩 지시를 검토하라고 했을 뿐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세관 수사 당시 수사팀원이었던 경찰관들은 당시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말레이시아인 조직원 진술 외에 세관 연루 관련 증거가 있느냐”는 김상욱 의원(당시 국민의힘, 현 민주당)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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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경정이 지난해 8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찬수 대통령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 조병노 경무관(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뉴스1

백 경정은 또 서울남부지검을 통해 잘 나오던 세관 직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주임 검사가 바뀐 뒤 반려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보 규칙을 어겼다는 혐의로 징계(경고) 처분을 받아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지난 6월 대검이 수사 외압 의혹 합수팀을 구성했을 때도 그는 “범죄자가 셀프 수사를 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후 그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검찰개혁’ 청문회 등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인으로 출석한 검사들을 향해 “청문회 끝나면 특수직무유기로 체포해야 한다” 등 발언을 쏟아내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5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는 자신이 대검 간부들에게 “동부지검 합수팀 수사를 중단하고 내가 수사를 지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통화 녹취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 지시 다음 날인 13일 통화에서 “저는 일관되게 동부지검 합수팀이 불법단체라고 규정해 왔다”며 “합수팀에는 합류 의사가 없고, 내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수사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경찰 간부는 “의혹 제기 초반에는 부정의에 맞서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서서히 임계치를 넘어 허황돼 보이는 주장을 이어가 내부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스스로 내부고발자 내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네가 직접 수사해보라’고 지시한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수사 검사의 확증편향 때문 아니었느냐”며 “백 경정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만큼 확증편향의 우려가 큰 게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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