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창조적 파괴’ 노벨경제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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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엘 모키어·필리프 아기옹·피터 하윗 교수(왼쪽부터). [EPA·AP·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69) 런던정경대 교수, 피터 하윗(79) 미 브라운대 교수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혁신 주도 성장’과 ‘창조적 파괴’ 연구에 기여한 공로다. 노벨위원회는 세 학자의 연구가 저성장 국면의 세계 경제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혁신이 어떻게 더 큰 발전을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했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2세기 동안 세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그들의 연구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를 인지하고 이에 대응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모키어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 복수 국적자다. 경제사학자로 역사적 자료를 활용해 장기적인 추세를 탐구했다. 노벨위원회는 그에 대해 “혁신이 자가 발전적으로 이어지려면 단지 ‘작동한다’는 경험적 지식만이 아니라, 왜 그것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1750년부터 1914년까지의 시기, 산업화와 경제 성장·복지 간의 연관성을 연구해 왔다. 한국에는 저서 『성장의 문화』(2016년)가 번역돼 있다.
아기옹·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두 사람은 ‘신성장 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다. 아기옹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고, 콜레주 드 프랑스와 인시아드(INSEAD)와 런던정경대(LSE)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하윗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1992년 아기옹 교수와 함께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수학적 모형으로 정량화했다. ‘창조적 파괴는’ 요제프 슘페터가 제시한 개념으로, 혁신으로 기존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과정을 설명한다.
하윗 교수는 브라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의 스승이기도 하다. 2007년 ‘생산성과 연구·개발의 추세에 대한 회계 분석: 준내생적 성장 이론에 대한 슘페터식 비판’ 논문을 하윗 교수와 하 수석이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하 수석은 통화에서 “아주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며 “하윗 교수의 성장 이론은 지금도 유효하고,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성장으로 가고 있고 이를 반전시키려면 결국 기술 혁신이 필요한데 기업의 이윤 동기를 끌어낼 제도적 환경, 정부의 정책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아기옹 교수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전화를 통해 “제가 느낀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해선 “환영하지 않는다”며 “세계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모키어 교수는 “경제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보다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그들(학생들)에게 말했었다”며 감격을 전했다. 그는 내년 80세가 되지만 “제가 평생 꿈꿔왔던 직업”이라며 은퇴 계획은 없다고 했다.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원)는 공로에 따라 모키어 교수가 절반, 아기옹·하윗 교수가 각각 4분의 1씩을 받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는 경제 성장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창조적 파괴의 근간이 되는 메커니즘을 고수해,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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