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4개 병원 쓰레기 459t 줄었다…장례식장서 바꾼 이것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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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3곳 시립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진은 다회용기에 음식이 차려져 있는 모습. 사진 서울시

삼성서울병원은 올 1월부터 장례식장 내 14개실 모든 빈소에서 다회용기만을 쓴다. 밥과 국, 찬 모두 그릇에 담아 문상객을 맞는다. 수저·젓가락, 물잔은 물론 식탁보까지 일회용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다회용기 사용은 ‘빅 5’를 포함한 상급종합병원 중 삼성서울이 처음이다. 상주와 조문객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만족도 조사결과 “일회용품이 아니어서 더 정성스럽게 느껴졌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서울시의 ‘친환경 장례문화’가 성과를 보인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장례식장은 빈소마다 짧은 시간 안에 수십~수백명의 조문객이 몰린다. 이들에게 빠르게 음식을 대접하려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량이 상당하다. 2인 상만 차려도 밥·국그릇, 접시, 술잔 등 20개 이상이 한 번 쓰고 버려진다. 실제로 전국 장례식장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3억7000만개로 2300t 규모다. 국내 일회용 접시 중 20%가량이 장례식장에서 사용될 정도라고 한다.

서울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2023년 친환경 장례문화사업을 도입했다. 현재 3개 시립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동참 중이다. 그간 이들 4개 병원 37개실 빈소에서 459t 분량의 일회용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 10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2만6500장에 해당하는 양이다. 각 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번 쓴 다회용기는 전문업체가 수거한 뒤 세척해 다시 공급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민간에서 통용되는 미생물 검사 기준치보다 10배 높은 기준도 마련해뒀다.

하지만 민간의 참여는 더디기만 하다. 현행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법’상 조리·세척 시설을 갖춘 경우에만 일회용품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부분 장례식장은 이런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 법적 강제력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또 장례를 주관하는 상주가 다니는 회사나 소속 단체에서 일회용 상조 물품 세트를 제공하는 관행도 걸림돌이다. 장례식장 측에서 다회용기를 쓴다고 해도 외부 반입 일회용품까지 막지는 못한다. 민간 병원들은 “다회용기 도입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장례식장들이 자체 세척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조영창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단장은 “장례식장의 다회용기 사용은 단순한 친환경 시범사업이 아닌 ‘일회용품 없는 사회’를 향한 중요한 실험대”라며 “민과 관이 함께 협력해 풀어야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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