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미 빅딜 임박?…베센트 "열흘 내 결론" 통화스와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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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CNBC 방송 주최 ‘미국 투자 포럼’에서 미국의 투자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ㆍ미가 7월 말 합의한 무역 합의의 후속 협상이 타결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양국 경제 수장들에게서 협상 급물살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가 유력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에 대한 양측 이견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논의 중이며 앞으로 10일 내로 뭔가를 기대한다”고 했다. 무역 협상의 결과물이 10일 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베센트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CNBC 방송 대담에서도 “우리는 한국과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참이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구 부총리 “빠른 속도로 조율 중인 단계”
이날 미국에 도착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슷한 톤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워싱턴 DC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협상 상황을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ㆍ미는 지난 7월 30일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 이행 방안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2개월 반 동안 후속 문서화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어 왔다. 한국은 직접 현금을 내는 방식의 지분 투자(equity)는 최소화하고 투자금 대부분을 대출 및 보증 형태로 하는 간접투자 방식을 구상한 반면 미국은 일본과 합의한 것처럼 일종의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국이 대규모 달러의 대미 투자를 실행할 경우 외환시장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논리에 미국 측이 상당 부분 공감하며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정부는 특히 통화 스와프(두 나라 중앙은행이 미리 정한 환율로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교환하는 방식) 등 외환 위기를 막을 안전장치를 요구해 왔다.
베센트 “내가 연준 의장이면 통화스와프”
이에 미 정부가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의 물꼬가 텄다고 한다. 베센트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통화 스와프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소관이지만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 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 부총리도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 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우리가 제안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 했다. 베센트 장관이 예시한 미국과 싱가포르 간 통화 스와프는 600억 달러 규모로 한국 측 요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대규모 달러를 한꺼번에 투자할 경우 외환 시장에 미칠 충격을 막을 최소한의 가드레일 필요성에는 양측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한국 정부 경제ㆍ통상 라인 수장들이 워싱턴 DC에 총집결하는 것도 협상이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미국을 찾아 미국 측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회담하며, 15일 입국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이어간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한 구 부총리도 카운터파트인 베센트 장관과 만나 관세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이 15일 오전 한ㆍ미 무역 합의 후속 협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경록 기자
트럼프 “3500억달러는 선불” 거듭 압박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는 ‘선지급’(up front)이 약속된 것이라며 거듭 한국을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관세 정책 성과를 자랑하면서 “일본, 한국 모두 (협상에) 서명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조건과 사용처 등에 대한 최종 서명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일본이 합의한 대미 투자금 규모도 6500억 달러가 아닌 5500억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치를 착각했을 가능성, 또 타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을 거듭 압박해 막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이는 분위기를 두고는 양국이 APEC 정상회의 전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APEC 정상회의 전망을 주제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세미나에서 커트 통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임박하면서 양측이 무역 협상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ㆍ미 무역 합의는 미ㆍ일 무역 합의와 상당히 비슷할 것이다. 이번 합의는 합리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세령 주미대사관 경제공사는 “안보ㆍ투자ㆍ무역ㆍ기술 협력 분야에서 한ㆍ미 간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만날 때 양측은 많은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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