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리스 비극 재해석, 현대 한국 무대로… 5부작 연극 ‘안트로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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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 비극은 꼭 필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윤한솔 연출)
“고대 그리스 신화가 나와 가까운 이야기로, 재미있게 다가가기를 바란다”(김수정 연출)

고대 그리스 비극을 그린 연극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1부인 '프롤로그/디오니소스’ 공연 모습. 사진 국립극단
고대 그리스 비극이 5부작 연극으로 2025~2026년 한국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단은 이달부터 연극 ‘안트로폴리스’ 5부작 국내 초연을 시작했다.
‘안트로폴리스’는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작품으로 지난 202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초연, 지난해 재연됐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통해 권력 및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 등을 다뤘다.
5부작 중 1부는 ‘프롤로그/디오니소스’ 다. 이달 10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테베 왕가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술과 광기의 신으로 자신을 신으로 여기지 않는 인간을 벌하는 비극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이 작품을 연출한 윤한솔은 1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중계되는 전쟁이 이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비극이라는 장르가 유효한지, 또 어떤 비극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극의 상황에서 섣부르게 화해하고 구원하는 것은 ‘멜로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번 공연에서 그런 화해와 구원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에서 윤한솔(왼쪽) 연출과 김수정 연출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18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고 5명의 연주자가 배우와 호흡하는 대규모 작품이다.
이와 달리 ‘안트로폴리스’ 2부인 ‘라이오스’는 1인극이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주역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아버지를 죽인 오이디푸스는 그의 이름을 딴 ‘콤플렉스’로 잘 알려진 데 비해 라이오스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수정은 “왜 오이디푸스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더 나아가 왜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비극과 폭력이 계속되고 있는지, 이 시대에 우리가 (비극과 폭력을) 끊어낼 수 있는가를 물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왜 2025년에 다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권선징악’ 성격의 신화는 과거 사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였는데, 여전히 많은 비극과 사건이 일어나는 가운데 인간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통제를 하는 일은 옳은 일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찾아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1인 18역’을 할 배우는 전혜진이 캐스팅됐다. 10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다. 김수정은 전혜진에 대해 “그간 여러 매체와 장르를 통해 알려졌던 배우의 모습과 또 다른,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라이오스’는 다음 달 6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다. 내년에는 ‘안트로폴리스’ 3~5부작인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에필로그’가 차례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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