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로운 팬층 유입에 효과"...핑크퐁 ‘뚜루루뚜루’송, 엑소 ‘으르렁’도 오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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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핑크퐁컴퍼니는 지난달 19일 아기상어 캐릭터 탄생 10주년을 맞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아기상어송을 연주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캡처

동요, K팝, 게임 OST 등 다양한 음악들이 클래식 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웅장하게 재탄생한 음악으로 콘텐트 기존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더핑크퐁컴퍼니(이하 핑크퐁)는 지난달 19일 ‘아기상어’ 캐릭터 탄생 10주년을 맞아 영국의 명문 교향악단인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아기상어송’ 음원과 LP를 발매했다. 동시에 유튜브에 올린 연주 영상은 16일 기준 36만뷰를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클래식·재즈 레이블 SM클래식스는 지난 달 일본 도쿄 공연에 이어 내년 2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릴 비엔나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 중이다. SM 소속 가수들의 노래 20여곡이 클래식 버전으로 연주된다.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 5월부터 9월28일까지 전국 5곳에서 학원물 게임 ‘블루아카이브’ OST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10회 개최해 누적관객수 1만2000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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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시향은 SM클래식스가 편곡한 SM 소속 뮤지션들의 곡을 연주했다. 사진은 협연자로 레드벨벳의 웬디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간 대중음악이나 게임음악이 클래식으로 편곡·연주되는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반·음원 발매 및 정기 연주회까지 열리는 등 확대되는 분위기다. IP(지적재산권)를 가진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를 내세운 클래식 음악 공연·영상의 기획, 연주, 홍보 등 준비 전 단계에 관여한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주혜민 핑크퐁 사업개발총괄이사(CBO)는 이번 영상에 대해 “한국 본사와 미국 법인이 함께 지난해 8월부터 1년 간 진행한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라며 “약 3분짜리 영상을 위해 연주단체(런던심포니), 편곡자(카일 고든), 녹음 현장(LSO 세인트 루크) 뿐만 아니라 현장 녹음, 믹싱 작업 섭외까지 모두 직접 추진했다”고 말했다.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는 “비엔나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 올라갈 노래는 2021년부터 편곡해 온 레파토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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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전국 5곳에 열린 넥슨의 블루아카이브 공연 장면. 넥슨 제공

영상 시청자, 공연장을 찾는 청중들이 원작을 잘 아는 만큼 재해석에 대한 부담도 컸다. 문정재 대표는 “우리 직원들까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등 오케스트라 총보를 공부하며 편곡자에게 ‘이런 느낌이 나게 해달라’고 직접 재수정을 부탁했고, 처음 2년 동안은 서너 곡밖에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K팝 작곡할 때 도입한 집단 창작제를 편곡에도 도입했다”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의 경우 4명의 편곡자가 붙었다”고 덧붙였다. 블루아카이브 공연 실무를 맡은 나동진 넥슨 퍼블리싱마케팅실 실장은 “공연을 찾은 청중들이 최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며 “예를 들어 3분짜리 곡을 편곡할 땐 추가로 뒤를 늘리고 해금, 섹소폰, 합창단 등 다양한 협연 주자를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무대 연출도 연주만큼 신경 썼다. 주혜민 CBO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세션을 원격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며 “사운드나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전체 연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휘자·현지 음악감독·조명팀 등 한국과 영국의 모든 스태프가 정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했다”고 말했다. 나동진 실장도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연주 내내 게임 영상을 틀어줬다”며 “영상과 음악의 씽크를 맞추기 위해 매 공연마다 직원이 투입돼 문제점을 체크했고 다음 공연에 수정 사항을 반영하는 식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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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무대에 선 슈퍼주니어 이특(왼쪽)과 려욱.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텐트 업체들이 이처럼 클래식 공연에 공 들이는 이유는 뭘까. 수익보다는 ‘장기적 계획의 밑그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동진 실장은 “일본의 게임쇼에 가보면 OST를 편곡한 DJ페스티벌이 열리고 유저들이 와서 춤을 추며 놀기도 한다”며 “이런 식으로 다른 게임사에서 하지 않는 차별적 서비스로 유저들에게 급이 다른 만족감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주혜민 CBO는 “이번 협업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영상이 공유되고 원본 영상에 대한 리액션 영상이 올라오는 등 새로운 팬층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핑크퐁이 키즈 패밀리 콘텐츠를 넘어, 대중성과 예술성을 다 잡는 글로벌 문화 헤리티지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다른 프로젝트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재 대표는 “우리 공연을 해외 연주단체에 통째로 이식하는 공연·악보 IP 라이선스 사업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혜민 CBO는 “향후 콘서트와 뮤지컬 등 공연형 콘텐트로의 글로벌 확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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