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1919년 구아슈화 ‘기타가 있는 정물’. 사진 카하그라나다 재단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1919년작 ‘기타가 있는 정물화’(Still Life with Guitar)가 전시를 위해 운송되던 중 사라져 스페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미국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라진 작품은 ‘기타가 있는 정물’로, 이달 9일부터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의 카하그라나다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비상설 전시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피카소의 ‘기타가 있는 정물’이라고 이름 붙은 작품은 여러 점 있는 데 이 작품은 구아슈(불투명 수채화 물감 일종)로 그려진 소품이다. 크기는 가로 9.8㎝, 세로 12.7㎝로 비교적 작다.

카하그라나다 재단이 전날 낸 성명에 따르면 여러 작품은 지난 3일 오전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모든 작품은 단일한 연속 동선으로 밴에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는 운송업체 직원 전원이 함께했다.

운송과정은 감시 카메라에 모두 녹화됐으며 포장된 각 작품은 발송지를 확인한 뒤 운송업체와 수취 서명이 완료됐다. 포장은 6일 오전 8시 30분부터 개봉됐고 모든 전시품의 배치가 순차적으로 완료됐다. 재단 측은 전시품 배치가 마무리된 뒤에야 ‘기타가 있는 정물화’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재단 측은 “3일 이후 감시 카메라의 연속 영상 기록을 모두 검토했지만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라나다 경찰은 현재 도난 가능성을 포함해 수사 중이며 사라진 그림은 국제 도난 예술품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됐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국제 공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예술품 절도는 피카소 작품에서도 드물지 않다. 2019년 네덜란드 예술품 조사 전문가 아르트휘르 브란트는 프랑스 남부 해안의 한 요트에서 20년 전 도난된 피카소의 1938년작 ‘도라 마르의 초상’을 찾아냈다. 또 2021년에는 그리스 경찰이 아테네 국립미술관에서 2012년에 도난된 피카소의 ‘여인의 머리’와 네덜란드 화가 피트 몬드리안의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 을 회수했다. 지난해 벨기에 경찰 역시 안트베르펀의 한 건물 지하에서 피카소의 ‘두상’과 샤갈의 ‘기도하는 남자’를 발견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사라진 ‘기타가 있는 정물화’의 소유자는 개인 수집가이며, 보험가액은 약 60만 유로(약 10억원) 로 설정돼 있다.

스페인 경찰은 작품의 도난·분실 경위를 추적하는 한편, 운송 과정에서의 관리 책임 여부도 함께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