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m 디스플레이 벤츠 vs 직관적 BMW…차세대 전기차 전면전 선포 [도전, 차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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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차대차/ BMW iX3 vs. 벤츠 GLC

섬세한 BMW와 화려한 벤츠의 미래 기술 전쟁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 xxxxxxxxxxxxxxx, 김창우 중앙일보 경제선임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xxx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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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로이 선보인 벤츠 GLC 전기차.

숙명의 라이벌이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난 9월 9~14일, 독일 뮌헨에서 진행한 ‘국제자동차전시회(IAA)’를 통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동시에 신차를 선보였다. 주인공은 BMW iX3와 메르세데스-벤츠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이후 GLC). 차급(소형)과 장르(SUV), 동력원(전기)이 겹친다.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를 악물고 겨룰 맞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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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서 첫 선을 보인 BMW 신형 iX3.

실제로 BMW의 X3와 벤츠의 GLC는 두 회사 SUV의 선봉장이나 다름없다. 수입 SUV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은 두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기 마련이다. 기본형이 5380만원으로 시작해 풀옵션을 넣으면 8500만원까지 올라가는 제네시스 GV70을 고민하다 보면 저절로 '조금 보태서 벤츠나 BMW를 사볼까'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국내에서는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두 모델 모두 7000만원대지만 비슷한 트림에서는 벤츠가 300만~800만원 비싸다. 올들어 8월까지 GLC는 5753대, X3는 4288대가 팔렸다. iX3와 GLC 전기차 모델 역시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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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GLC 전기차의 뒷모습.

이번에 선보인 두 모델은 두 브랜드의 미래를 투영한 예고편이다. 새 디자인 테마와 진화한 디지털 사용자 경험, 브랜드 전용 운영체제(OS), 전기 아키텍처의 신호탄인 까닭이다. 각 브랜드의 방향성과 지향점 차이를 가늠할 바로미터인 셈이다. 주행 성능을 제외한 디지털 기술로 한정해 4가지 주제로 비교해봤다. 서로 다른 개성만큼 접근방식이 대조적이어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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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iX3의 뒷모습.

디자인/ 선명하게 축소 vs. 담대하게 확대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 냉각수의 열을 식히기 위한 장치다. 전기차에서는 필요 없는 흔적 기관이다. 그러나 첫인상을 좌우하고 개성도 부여하는 디자인 요소로 인기다. 그런데 두 브랜드의 접근은 대조적이다. iX3는 1960년대 BMW를 일으킨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독일어로 ‘뉴 클래스’)의 폭이 좁고 세로로 긴 그릴을 오마주했다. 윤곽에 조명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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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X3는 좁고 긴 키드니 그릴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역시 과거의 그릴 형태로 회귀했다. 더 크고 우뚝하다. 축소해 오히려 선명해진 BMW와 반대로, 스케일 키워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그릴과 중앙의 세 꼭지별 윤곽의 조명은 기본. 한술 더 떠서 프레임으로 가둔 유리 뒷면에 백라이트 픽셀 942개를 격자로 채웠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이용한 조명 쇼도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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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삼각별로 화려한 조명쇼를 펼치는 GLC.

디스플레이/ 압도적 경험 vs. 직관적 조작성

시각화는 정보 전달의 효율 높일 수단이다. 최근 일부 차종에서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실내 거울까지 대체하고 있을 정도다. 나날이 적용 범위와 크기를 확장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의 궁극적 사례가 GLC다. 99.3㎝(39.1인치)의 ‘심리스(Seamless) MBUX 하이퍼스크린’이 시야를 압도한다. 몰입형 경험의 원천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역대 단일 디스플레이 중 가장 크다. 하이퍼스크린은 디지털 세계와 물리 세계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추구한다. 최신 차종의 ‘하이테크’에 대한 고객의 장밋빛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 기능도 환상적이다. 가령 배경 모티프 스타일만 11가지나 마련했다. 그래서 차분함과 강렬함, 시원함과 따뜻함, 기술과 감성을 변화무쌍하게 넘나든다. 앱을 설치할 수 있고, ‘셀피’ 찍을 카메라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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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1m짜리 통짜 디스플레이 패널로 이뤄진 GLC의 대시보드.

BMW iX3의 디지털 사용자 경험을 좌우할 핵심은 ‘BMW 파노라믹 i드라이브’. ‘손은 운전대에, 눈은 도로에’의 철학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무작정 키우기보다 기능별로 나눠 논리적으로 배치했다. 1000만대 이상의 커넥티드 카 데이터, 3000명 이상 고객의 사용성 연구를 반영해 개발했다. ‘BMW 파노라믹 i드라이브’의 핵심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BMW 파노라믹 비전’. 대시보드 위쪽의 띠처럼 얇고 기다란 영역에 정보를 투사한다. 두 번째는 BMW 3D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내비게이션 및 자율주행 관련 정보를 증강현실로 띄운다. 세 번째는 운전대 옆의 마름모꼴 중앙 디스플레이, 마지막은 다기능 스티어링 휠이다. 조명과 양각 표면, 촉각 피드백을 통해 차량과 상호 작용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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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X3는 창문 아래 띠모양 디스플레이와 HUD에 주행관련 정보를 띄운다.

AI 비서/ 응용과 활용 vs. 집중과 몰입

인공지능 비서의 시작은 메르데스-벤츠가 좀 더 앞섰다. 2018년 1월 첫선을 보인 ‘MBUX’가 주인공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사용자 경험’의 약자다.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클라우드 서버 기반의 음성 인식이 핵심. 신형 GLC에 적용한 MBUX는 4세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과 구글의 오토모티브 AI를 통합한 세계 최초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4세대 MBUX는 ‘거대 언어 모델(LLM)’을 적용해 자연어를 인식한다. 같은 대화 내에서도 각 작업에 가장 적합한 소스를 선택해 인터넷 전반에서 수집한 지식을 결합한다. 맥락을 반복할 필요 없이 자세한 답변을 제공하고 후속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개인화된 경험과 인간과 차량 간 직관적인 상호 작용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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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는 MS와 구글 AI를 통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MBUX와 경쟁할 기술은 BMW 퍼스널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이후 PIA). 2018년 9월 처음 공개했다. 이번 신형 iX3은 기존보다 한층 진화한 버전을 갖췄다. 두 가지 새로운 음성, BMW 파노라믹 비전, 선제적 제안과 개인 맞춤 루틴을 통한 운전자 지원 기능을 더했다. BMW 또한 거대 언어 모델 기술을 도입해 운전자가 자연어로 차량과 소통할 수 있다. 인공지능 비서의 강점은 학습 기반의 개인화다. 그런데 두 브랜드의 주장만 듣고 섣불리 우열을 점치기 어렵다. 관련 보도와 자료를 찾아보면, MBUX는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한 운전자 파악 및 질문의 답을 폭넓게 찾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는데 강하다. BMW의 PIA는 개인 ID를 기반의 클라우드 저장 정보를 이용한 맞춤 설정에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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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X3는 클라우드 기반의 개인 맞춤 설정을 통해 운전자를 지원한다.

차량 운영SW/ 통합형 vs. 분산형

최근 화두로 급부상 중인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의 핵심 중 하나가 전용 운영체제다. GLC의 ‘메르세데스-벤츠 운영체제(이후 MB.OS)’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차체 편의성 및 충전 등 차량의 모든 측면을 통합 제어한다. 인공 지능으로 운전자의 선호도를 학습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를 위해 1초당 254조회의 연산이 가능한 칩을 갖춘 고성능 컴퓨터를 내장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에 연결했다. 덕분에 차량 전체 소프트웨어의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해 수년 동안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통합해 데이터 보호 및 연결을 보장한다. 운전자와 함께 생각하고, 학습하고, 진화하는 지능형 동반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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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는 고성능 컴퓨터를 내장해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합 제어한다.

BMW 파노라믹 i드라이브의 기반은 전용 운영체제 X다.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OSP)’ 소프트웨어 스택 기반으로 BMW가 자체 개발했다. 따라서 디지털 및 기술적 독립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MB.OS가 통합을 강조한 반면, BMW의 OS X는 주행역학과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기본 및 편의 기능을 위한 4개의 고성능 컴퓨터로 역할을 나눴다. 두 브랜드 모두 고성능 컴퓨터를 ‘슈퍼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달리 BMW는 좀 더 구체적인 기술 사양을 공개했다. 가령 새로운 디지털 신경 시스템의 배선을 4개 구역으로 나누면서 무게는 30%, 길이는 600m 줄였다. 또한 최대 150개의 기존 퓨즈를 선택적 전력 분배가 가능한 ‘스마트 e퓨즈’로 바꿔 에너지 효율을 20%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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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X3는 분산처리 OS를 탑재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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