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 뭐하나"…캄보디아發 120억 사기 27명 9개월째 송환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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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뉴스1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사기 조직의 핵심 간부 27명이 여전히 체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는 캄보디아 프놈펜 수용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송환이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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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대 로맨스스캠 사기 사건의 조직도. 자료 울산경찰청

19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 사건 관련, 총책으로 지목된 A씨 부부를 포함해 총 83명이 입건됐다. 지금까지 56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36명이 구속됐다. 20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으며, 나머지 27명은 여전히 미검 상태다. 이 중 14명은 인터폴 적색수배(Red Notice), 13명은 국내 체포영장 발부와 법무부 입국 통보 대상으로 분류됐다.

경찰은 이들 핵심 간부가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태자단지 등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사법당국의 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병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배자이고 범죄자인 것을 다 아는데도 체포나 송환, 수사 협조 모두 미온적"이라며 "일부 체포 상태인 수배자 송환을 두고는 현지 정보당국에서 정치범 교환 같은 말을 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환이 늦어질수록 피해금 환수와 추가 수사 모두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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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A씨 부부. 얼굴은 자체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사진 피해자 측

앞서 조직 총책으로 지목된 A씨 부부는 지난 2월 인터폴 공조 수사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에게 6000여만원을 건네고 풀려났다가 다시 체포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두 사람이 프놈펜 정보당국 관리하에 있는 프놈펜 수용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확인했다.

캄보디아발 사기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조직 이야기를 피해자들에게 전해주던 '차실장'으로 불린 50대 조직 모집책이 적색수배 상태에서 현지 병원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사기 조직 관련 이야기를 전달해왔고 한다. 경찰은 "시아누크빌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공문을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7월 초에 받았다"며 "구체적인 사인 등 다른 정보는 없었다. 적색수배 상태에서 사망했기에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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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현장 점검 나선 정부합동대응팀. 연합뉴스

피해자들은 송환 지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수사는 한다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며 "총책들 송환을 위해 정부가 외교적으로 더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120억원 로맨스 스캠 조직은 딥페이크(Deepfake) 기술로 가상의 투자 전문가를 만들어내고, 가짜 투자 앱과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MBTI, 직업, 가족관계, 취미까지 세밀하게 설정된 '가짜 연인' 캐릭터를 내세워 친밀감을 쌓아 투자를 유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주부·장애인·노인 등 100여 명을 상대로 연애를 빙자한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120억원대로 파악된 범죄 수익은 상당수 가상화폐나 상품권 거래를 거쳐 세탁됐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을 범죄단체조직죄 및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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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허위 영상물) 기술로 아름다운 여성 얼굴을 사칭, 수백여명에게 투자 사기 등을 벌여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울산경찰청

경찰은 해외에 있는 간부들의 신원과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인터폴 '은색수배(Blue Notice)'를 발령했다. 이는 범죄자의 신원과 거주지, 재산 거래 내용 등을 공유해 국제 공조 수사를 강화하고, 범죄수익의 추가 세탁과 은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지난 18일 캄보디아 범죄단지 단속 과정에서 적발돼 현지 유치장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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