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새 日총리 다카이치 확실시…"자민∙유신 내일 연정 합의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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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이 임박했다. 일본 집권당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재가 새 연립정권 ‘우군’을 찾으면서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고도 총리 선출은커녕 26년간 연립정권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이탈을 선언하면서 위기에 놓였던 그는 빠른 속도로 다카이치 정권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은 19일 “여성 최초 총리 선출은 확실한 정세”라고 전했다.

오는 21일 임시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앞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교도=연합뉴스
다카이치의 구원투수가 된 것은 오사카 지역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우익 성향의 제2 야당 일본유신회다. 2010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부 지사가 만든 오사카유신회가 일본유신회의 전신이다. 중의원 기준 보유 의석수는 35석이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뤘던 공명당(24석)보다 많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20일 연립정권 합의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유신회는 이날 상임위원회를 열고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오사카부 지사) 공동 대표에게 대응을 일임했다. 요시무라는 오사카 시장 재임 시절인 2017년 자매 도시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원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설치 반대에 나서는 등 한국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철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샌프란시스코에 자매결연 파기를 통지하기도 했다.
일본유신회와의 빠른 연립은 야당 역시 상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와 당 대표 회담을 열고 정권 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 논의를 추진했다. 사활을 걸고 물밑에서 움직인 것은 다카이치 총재였다. 지난 10일 공명당의 이탈 선언 후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직접 일본유신회 측에 전화 연락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칩거하던 다카이치 총재가 언론에 등장한 것은 지난 15일. 그는 “자민당 총재는 됐지만 총리가 될 수 없는 여자라고 불리는 불쌍한 다카이치 사나에입니다. 그냥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밝혔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그를 만난 노다 대표가 이날 “살 빠진 것이 아니냐”며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자 다카이치는 “야키니쿠(焼肉)를 사달라”고 말할 정도로 공명당 연립 이탈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지명선거를 통해 총리직에 오르는데 중의원 선거 결과를 우선한다. 중의원(465명) 선거에서 과반(233석) 의석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는 경우 상위 2인이 투표를 다시 치른다. 이때는 과반 조건 없이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196석) 입장에선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으면 과반에서 단 2표가 부족한 셈이 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또 다른 극우 성향의 정당인 참정당(3석)에도 지난 16일 협력을 요청했다.

지난 15일 일본 국회에서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회담을 갖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일본유신회와의 연립정권 출범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보수·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총재가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함께 할 경우 보수 성향이 짙은 정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유신회는 다카이치 정권에 각료(국무의원)로 참여하는 방향은 배제하고 있다. 자민당 정권 참여에 신중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당내에 경험 있는 인재가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각외(내각 외) 협력한다는 취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당초 다카이치 총재가 제안한 것은 2개의 장관직과 부대신·정무관 10개 이상의 자리. 공명당에 국토교통상 자리를 양보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재의 요청으로 엔도 다카시(遠藤敬) 일본유신회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 보좌관에 기용한다고 전했다.
일본유신회를 등에 엎은 정권 출범으로 운영 방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민당은 그간 공명당과 정권 운영을 함께 하며 법안이나 예산안을 국회 제출 전에 조정하는 ‘사전 심사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국정 운영 경험이 전무한 일본유신회가 자민당의 방식에 따를지가 미지수란 얘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히 일본유신회가 당 창설자를 중심으로 ‘톱다운’ 형식으로 움직여온 점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당내 의사 결정 절차가 불투명해 당내에서 이미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중의원 의석 수로 본 총리 지명 선거 그래픽 이미지. [자료 출처=닛케이]
다카이치 정권 출범이 임박하면서 일본유신회와 약속한 정책 실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유신회는 자민당 측에 12개 항목을 요구했는데, 헌법개정과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선 합의를 이뤘다. 일본유신회가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정수 10% 삭감, 식료품 등 소비세율 0%, 기업과 단체 후원금 폐지, 오사카 부(副)수도 구상이다. 이 가운데 새 연립정권 탄생의 키를 쥔 것은 의원 수 삭감이 될 전망이다. 요시무라 대표는 지난 18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의원 수 삭감이 연립의 ‘절대 조건’이라고 언급했는데, 일본 언론들은 일본유신회 측이 다카이치 총재와의 정책협의(16일)에서 기업 후원금 금지 대신 의원 정수 삭감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일본유신회는 지난해 중의원 선거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세 쇠퇴가 선명해졌다”며 “연립 진입으로 부수도 구상이나 사회보장 개혁을 실현해 반전 공세로 연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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