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송환 64명 상당수 영장 신청…“범죄자 전세기 모셔왔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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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캄보디아 정부가 구금 중이던 한국인 64명이 송환되며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송환자들은 캄보디아 현지 한국인 ‘구금 피해자’인 동시에 피싱 등 ‘범죄 피의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보이스 피싱·로맨스 스캠·투자 리딩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8일 오전 8시 35분쯤,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송환자들은 국적법상 대한민국 영토에 해당하는 전세기에 탑승하자마자 체포됐다.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 2명에게 양팔이 붙잡힌 상태로 호송됐다. 경찰은 ▶충남경찰청(45명) ▶경기북부경찰청(15명) ▶대전경찰청(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1명) ▶경기남부 김포경찰서(1명) ▶강원 원주경찰서(1명) 등 6개 관할서로 나누어 이들을 압송했다.

이날 충남경찰청과 서울서대문경찰서 등은 각종 투자 리딩 사기 혐의에 가담한 혐의로 압송한 피의자 상당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경찰청도 이날 중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체포영장 집행 시한인 48시간이 만료되는 20일 오전까지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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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됐다. 뉴스1

국내에선 송환된 64명 상당수가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피싱 등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벌어졌다. 온라인에선 “범죄자들을 무고한 피해자 취급하며 전세기 태워 데려왔냐”는 비난과 “납치 피해자들도 있는데 몰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갈렸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손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덫에 걸려 온갖 고초를 겪었을 수 있지만, 이들이 각종 피싱에 가담한 범죄자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국민들이 바란 것은 피의자 송환이 아니라, 납치·감금·폭행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주요 피의자 송환과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잠재적 위험은 더 커진다”며 “캄보디아 범죄 정보를 확보해 국내외 공범 관계를 추적하고 범죄조직 소탕에 기여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다만 경찰과 전문가들은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해서라도 송환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피해자와 피의자를 두고 구출 순서의 문제는 언급될 수 있겠으나, 한국인들에 범죄 피해를 입힌 범죄자를 우리나라 법으로 처벌하기 위해 데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가 범죄인 인도 조약까지 맺고 있는 것은 수사와 처벌을 위해 자국 송환이 필수적이라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송환된 이들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국내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보이스피싱 조직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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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 있는 턱틀라 사원에서 중국인 사망자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캄보디아 당국과 협조해 범죄 단지 내 한국인 구출 및 송환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부와 경찰로 이루어진 합동대응팀 일부는 캄보디아에 남아 현장을 추가로 방문하고, 캄보디아와 합동대응 TF를 구성해 다음 주부터 정례 협의를 진행한다. 경찰은 휴대전화 등 증거물 교류를 통해 범죄 가담 정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은 20일 경찰청에서 양자 회담을 열고 코리안데스크 설치 및 양국 경찰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고문을 당하다 지난 8월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대학생 박모(22)씨에 대한 부검을 20일 실시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담당 수사관 등 7명은 이날 오후 6시 50분쯤 캄보디아로 출국해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사원에서 캄보디아 측과 공동으로 부검을 할 계획이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박씨를 캄보디아로 출국시킨 혐의를 받는 20대 A씨를 이날 구속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는 지난 7월 대포통장 알선책 B씨에게 박씨를 소개받아 박씨에게 통장을 개설하게 시키고,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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