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화 이글스 타선을 7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은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원태. [연합뉴스]

한 번은 행운일 수 있지만, 두 번이면 실력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원태(28)가 올가을 팀을 두 번이나 위기에서 구했다. 이제 명실상부 ‘가을 남자’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삼성은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2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7-3으로 잡고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선발 최원태가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해 승리에 앞장섰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는데,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두 팀은 하루 휴식 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자리를 옮겨 21일 PO 3차전을 치른다.

최원태에게는 뜻깊은 포스트시즌이다. 그는 지난 9일 SSG 랜더스와의 준PO 1차전에서 6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당시 삼성은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를 치르느라 아리엘 후라도와 원태인(이상 선발)·헤르손 가라비토(불펜)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황이었다. 최원태가 어쩔 수 없이 준PO 1차전 선발로 나섰는데, ‘가을에 약하다’는 평가를 뒤집고 기선 제압을 했다. 삼성은 충분히 쉰 후라도와 원태인을 내세워 3·4차전을 잡고 PO에 올랐다.

삼성으로선 이날 2차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올 시즌 최원태의 한화전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4.05. 한화전 승리도 2023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심지어 삼성 선수들은 지쳐 있었다. 전날(18일) 1차전에서 올해 최고 투수 코디 폰세를 상대로 6점을 뽑고도 마운드가 무너져 8-9로 역전패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이미 6경기를 치렀는데, 1차전을 혈투 끝에 졌으니 기세가 꺾일 만도 했다. 그런 삼성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게 2차전 선발 최원태였다.

사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 말, 최원태는 한화 2번 타자 루이스 리베라토를 상대로 던진 2구째 직구(시속 145㎞)가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솔로홈런을 맞았다. 오히려 이 홈런이 최원태를 각성시켰다. 문현빈과 노시환을 뜬공으로 처리해 1회를 마쳤다. 2회에도 1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 없이 무사히 넘겼다. 이후에는 일사천리.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2루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두 이닝은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삼성 김영웅. [연합뉴스]

삼성 타선은 이틀 연속 힘을 냈다. 올해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의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4이닝 5실점)를 3회 초에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류지혁이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고, 김지찬과 김성윤이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구자욱의 2루수 땅볼 때 3루 주자 류지혁이 홈을 밟아 동점. 계속된 1사 1·3루에서 르윈 디아즈의 역전 2루타와 김영웅의 2타점 중전 적시타가 이어졌다. 삼성은 4회 초에도 디아즈의 우익 선상 2루타로 한 점 더 달아났다.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삼성 르윈 디아즈. [연합뉴스]

삼성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9회 초 쐐기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40세 2개월 1일의 강민호는 자신이 보유하던 역대 PO 최고령 홈런 기록(종전 39세 2개월 1일)을 다시 썼다. 삼성은 중심 타선인 디아즈와 김영웅이 나란히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남은 시리즈 전망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