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술 없이 버티기 힘들고 우울?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해야 할 신호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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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포커스
약물·상담·생활습관 교정 병행
재발 위험 높아 꾸준한 치료 필요
가족들이 지지 함께할 때 효과적

김양식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와 장기 관리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50대 직장인 A씨는 예상치 못한 인사이동 이후 술에 기대기 시작했다. 잠이 오지 않아 한두 잔 마시던 술이 점차 늘어 매일 밤의 의식이 됐다. 출근이 어려워지고, 가족과의 갈등도 깊어졌다.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시도한 뒤 가족 손에 이끌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양식 교수는 A씨의 음주 습관과 정서 변화를 면밀히 파악했다. 간·신장 기능 검사와 혈액검사, 뇌 MRI 촬영, 신경인지검사도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단순한 알코올 사용장애에 그치지 않았다. 중등도 우울증과 기억력 저하 징후까지 확인됐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에서는 알코올 문제를 단일 질환으로 보지 않고, 내과·신경과와 협력해 신체적 손상과 정신적 문제를 같이 평가한다”며 “특히 뇌 영상검사와 인지 기능 평가는 알코올 문제 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뇌 위축과 인지 저하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약물·상담·생활습관 교정이 동시에 이뤄졌다. 술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약물을 투여받고, 오랜 음주로 부족해진 티아민(B1)을 보충해 뇌신경 손상을 막았다. 이어지는 상담에선 단순한 ‘절주 권고’가 아닌 술을 찾게 되는 이유와 일상 패턴을 함께 점검했다. 김 교수는 동기 강화 상담을 통해 A씨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도왔다. 가족에게는 변화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래 치료만으로 음주 조절이 어려운 경우 입원을 통해 안전한 금주 환경을 확보한다. A씨 역시 단기간 입원이 필요했다. 이 기간 동안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해독 치료와 불안·우울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 인지행동치료, 집단 상담 등을 병행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은 자살 위험이 높거나 충동 조절이 힘든 환자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환자의 가족도 치료 과정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명확한 진단 기준이 확립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정신의학회 기준(DSM-5)에 따르면 음주 조절 실패와 금단 증상, 사회·직업 기능 손상 등이 반복될 때 알코올 사용장애로 진단한다. 국내 정신건강실태조사(2021) 결과 성인의 평생 유병률은 11.6%, 최근 1년 유병률은 2.6%였다. 남성의 평생 유병률은 17.6%로 여성의 3배 이상 높았으며, 특히 중년층에서 위험성이 두드러졌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재발’이다. 몇 달씩 금주에 성공하더라도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로 다시 술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 외래 진료는 단순히 증상을 줄이는 것을 넘어 재발을 막기 위한 장기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는 정기적으로 내원해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치료 방법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환자에게 ‘심리적 안전망’이 된다.
가족의 역할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환자는 물론 가족 전체의 삶을 흔드는 문제다. 가족이 치료 과정에 참여하면 환자의 회복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인하대병원에선 가족 상담 프로그램을 병행해 환자와 가족 모두가 회복 과정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알코올 문제는 혼자만의 의지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잔소리보단 환자가 술을 한 잔이라도 줄였을 때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꾸준한 진료와 가족의 지지가 함께할 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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