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통 춤 본질 추구, 기존 틀은 다 버렸다”… 뉴 레트로 K댄스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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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의 본질을 본질답게 재현하기 위해 형식적 표피는 버렸습니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 유인상 음악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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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미메시스'를 안무한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과 유인상 음악감독이 '미메시스' 포스터가 담긴 전광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모습. 윤 단장은 '미메시스'에 대해 "뉴 레트로 K 댄스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이 다음 달 6일부터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신작 ‘미메시스’를 초연한다. 한국의 8개 전통춤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무대다. 이 작품을 안무한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메시스’에 대해 “한국 전통 무용에 내재한 본질을 추구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미메시스(Mimesis)’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한 미학 개념으로, 예술의 본질을 재현한다는 의미다. 제목에도 윤 단장의 안무 의도가 담겼다.

윤 단장은 ‘미메시스’가 구현하는 8가지 전통춤에 대해 “한국 무용의 근원적 전통을 탐구해보니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봤다”며 “각각 춤마다 다른 직업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교방무에는 기생, 한량무에는 선비, 무당춤은 무녀와 연결되는 식이다.

이 춤의 본질을 추구하는 과정에선 한국 전통 무용의 움직임이 자연의 흐름과 닮았다는 점을 찾아냈다. 윤 단장은 “교방무는 고요한 물의 흐름, 한량무는 도포의 날림을 통해 나오는 바람에서 본질을 찾았다”며 “자연 현상과 전통춤을 연결하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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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미메시스'를 안무한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과 유인상 음악감독. 유 감독은 "한국 전통 무용은 다른 장르에 없는 내적인 충만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윤 단장은 전통춤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답습을 단절했다. 그는 “형식, 표피를 답습하지 않고 춤에 내재한 본질을 보여주려 했다”며 “전통춤 자체의 본질을 집요하게 추구하고자 춤을 추는 방법론은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고수한 대신, 음악부터 기존에 유지해온 형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바꿔 달라고 음악 감독에게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인터뷰한 ‘미메시스’의 유인상 음악감독은 현재 민족음악원 악장을 맡고 있으며 ‘팔일무’, ‘지무’ 등 1000회 넘게 전통 무용 음악 작곡 및 연주를 해왔다. 그런 유 감독도 “이 작품의 음악은 기존 전통 무용 음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예컨대 ‘승무’를 공연한다고 하면 매번 나오는 스타일의 음악이 있지만 이 작품은 기존 음악을 버리고 종교적인 승화와 초월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새로 구성했다”라며 “8개 전통춤에 대한 음악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이어 “화려하고 감각적인 다른 장르에 비해 한국 전통 무용은 ‘내적인 충만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점을 살리기 위해 소리나 리듬을 보다 담백하게 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미메시스’ 는 기계음을 최소화하고 춤사위에 맞춰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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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신작 '미메시스: 자연을 담은 8개의 춤'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무용수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단장은 국립무용단원 출신으로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 안무자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무용단장을 맡았다. 서울시무용단이 올해 선보인 상반기 신작 ‘스피드’와 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일무’의 모든 공연이 전석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윤 단장은 ”소위 전통 무용 전문가들만 객석을 채우던 한국 무용에 관객이 가득 차게 돼 너무 반갑다”며 “하지만 서울시무용단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피드’가 컨템퍼러리(현대적) 작품이고 ‘일무’가 컨템퍼러리와 전통 무용이 혼합된 성격이라면, 이번 작품은 보다 전통에 가깝다”며 “‘미메시스’를 뉴 레트로(복고) ‘K 댄스’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2025년 버전의 새로운 한국 무용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작품에는 서울시무용단 단원과 함께 지난해 Mnet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하며 한국무용 팬덤을 이끄는 기무간이 객원무용수로 참가한다. 윤 단장은 “컨템퍼러리 무용과 함께 전통 무용도 잘 소화하는 기무간이 동시대 관객과의 소통 코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무간은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미메시스’ 기자간담회에서 “오랜만에 진한 전통춤을 출 기회가 와 반갑게 참여했다”며 “조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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