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다카이치 총리 구원투수’ 된 유신회…‘각외 협력’은 불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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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새 연립 정권이 탄생했다. 26년간 이어온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정과는 달리 유신회가 정권에 각료(국무위원)를 내지 않는 ‘각외 협력’ 형태의 구성이다.

집권여당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자민당 총재는 20일 일본 국회에서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50) 일본유신회 대표와 연립정권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을 마친 다카이치 총재는 합의문을 들어보이며 요시무라 대표에게 “스마일”이라고 말한 뒤 활짝 웃어보였다. 다카이치 총재는 21일 열리는 임시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자민당 표(중의원 기준 196석)에 이어 일본유신회 표(중의원 기준 35석)를 확보해 사상 첫 여성 총리 등극을 눈에 앞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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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교도=연합뉴스

‘자유(自維·자민+유신) 정권’의 탄생인 셈이다. 다카이치 정권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일본 증시는 급등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지수(닛케이225)는 금융완화 기대감에 전거래일 대비 3.37% 상승하며 4만9185.5로 장을 마감했다. 4만9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자민당은 오사카를 근거지로 해온 일본유신회의 주요 요구를 사실상 다 받아들였다. 그만큼 연립정권 수립에 절실했다는 이야기다. 요시무라 대표가 연립의 필수 조건으로 내건 것이 사회보장 개혁과 부(副)수도 구상, 국회의원의 10% 삭감 등인데 이를 모두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국회의원 정원 삭감은 상당 부분 진전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양당은 다음날 열리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중의원(하원) 수를 줄이도록 하는 안을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일본유신회는 과거 한때 오사카를 도쿄도와 같은 위상으로 올리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는데 부수도 구상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정책이다. 재해 시에 수도인 도쿄의 기능을 보완하는 부수도를 만들자는 것으로 자민당은 관련 법안을 내년도 국회에서 성립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언을 합의문에 넣었다.

자민당이 양보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후원금 문제 역시 일본유신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속 논의해가기로 결정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은 2027년 9월까지 기업의 후원금 문제에 대해 양당이 협의체를 만들어 협의하기로 한발 양보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임기말까지 합의하겠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일본유신회가 주장해오던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제로(0)로 만드는 안에 대해서도 자민당과 협의체를 설치해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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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지난 17일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창당 70주년을 맞이한 자민당이 일본유신회를 새 파트너로 맞아들인 건 당세가 쇠퇴해서다. 2023년 12월 자민당의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자민당은 강한 비판을 받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뒤를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등장했지만 중의원(하원) 선거(2024년 10월)에서 대패해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선거 참패는 올해도 이어져 도쿄도의원 선거와 참의원(상원) 선거까지 연이어 세번 패했다. 양원에서 공명당과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자민당은 ‘소수 여당’이란 타이들만 얻었다. 여기에 일격을 가한 것이 공명당이다. 1999년부터 오랜 연립정권 파트너로 지내오던 공명당은 지난 10일 연립 이탈을 선언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새 총재로 선출된 지 불과 6일 만이었다.

새 연립정권이 출범했지만 각외 협력은 자민당으로서는 불안 요소다. 다카이치 총재는 정권 참여를 강권했지만 일본유신회가 정책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보겠다는 취지로 참여를 고사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폭넓은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 엔도 다카시(遠藤敬) 일본유신회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 보좌관에 기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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