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달 15만원씩 주면 인구 늘까…정부, 농어촌에 8900억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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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기본소득을 놓고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살림살이가 빠듯한데 모든 지역민에게 골고루 돈을 나눠주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박성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이 지난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국 7개 시군에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경남 남해 등 7개 군을 대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에 현금 지원 방식으로 활력을 불어넣자는 게 기본 취지다. 이 사업 공모에는 전국 69개 시·군이 응했다.
이 사업은 내년 초부터 2027년 말까지 2년간 잔행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매달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1인당 연간 1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소득·연령 제한이 없어 4인 가구는 매달 60만원을 받는다. 정부는 이 사업에 2년간 약 8867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비는 3278억원, 지방비는 5589억원을 차지한다.
정부는 지난 8월 국무회의 보고와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거쳐 이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해줬다. 총 사업비 500억원, 국비 300억원 이상 주요 국책사업은 예타가 의무화돼 있지만 이를 건너뛴 것이다.

김태흠 충남지사. 중앙포토
청양군 "다른 사업 보류해 예산 마련"
충남 청양군은 이 사업에 총 108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16억원은 국비이고, 나머지 60%(324억원)는 청양군과 충남도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청양군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건물 공사를 늦추고, 각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농민·청년 수당 지급 등도 보류하기로 했다. 청양군은 "만약 충남도가 돈을 안 주면 전액 군 예산으로 이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양군 관계자는 “청양군 인구가 3만명 이하로 줄어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라며 “‘이거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사업에 응모했으며, 돈 주면 인구가 늘 것 같다”고 말했다.
1960년대 10만명이 넘었던 청양군 인구는 현재 2만9000여명으로 줄었다. 청양군은 그동안 인구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왔다. 출산 장려금은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 다섯째 이상 3000만원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 입법 촉구 500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법안은 농어촌 읍·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월 30만원(연 36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확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뉴스1
충남도 "포퓰리즘 정책" 지적
하지만 충남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0일 청양군을 방문해 주민과 대화를 하는 도중 “청양군이 1년간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이 300억원 수준”이라며 “이 사업을 하게 되면 가용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나머지 현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청양이 시범지역에 선정돼 기쁘지만, 충남과 국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일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며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지원하면 정작 필요한 소외계층에 촘촘한 지원이 어렵고 지방에 부채만 늘어난다”고 사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완수 경남지사도 최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 사업 관련, “이럴 거면 정부가 경남도 예산을 다 가져가 국가에서 직접 사업을 하면 되지 않나. 지방재정 거덜 나고 지방자치 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자치단체 재정 여건이 열악하다”며 “정부 분담률을 최대 80%까지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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