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자 부담 줄여준다더니"…부동산 대책에 막힌 '주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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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에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사실상 막혔다. 연합뉴스

2023년 초 서울 영등포구에 집을 사면서 연 5%대 중반의 이자율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이모(43)씨는 최근 금리가 더 낮은 은행으로 옮기려다가 포기했다. 지난 15일 부동산 대책으로 이씨 집이 규제지역에 묶이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었기 때문이다. 9억원 상당의 집을 살 당시에는 약 6억원을 빌렸는데, 지금 대출을 갈아타면 새 기준이 적용돼 4억원도 나오지 않는다. 이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 같아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더라도 갈아타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2억원 가까이 갚아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이 주요 수도권 지역에서 사실상 막히면서 금리 인하기에 주담대 갈아타기를 노렸던 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환대출은 신규 대출로 분류돼 새 LTV 규정이 적용된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새로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이 된 곳에선 축소된 LTV만큼 원금을 갚아야 대출을 새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대책 발표 전 10억원 아파트를 LTV 70% 기준을 꽉 채워 주담대를 받은 경우, 저금리로 대환하려면 LTV가 40%만 적용된다. 4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어 3억원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1.5%에서 3%로 상향되면서 한도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대환대출 관련 LTV 예외 규정 마련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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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지난 6·27 가계대출 대책 때 상황이 재현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당시 정부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 이하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대출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졌다. 그 여파로 지난 7월 주담대 갈아타기 규모는 2945억원으로, 전월(5908억 원)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9738억원)과 비교하면 69.8% 줄었다. 소비자 불편만 커졌다는 비판에 정부는 지난 9월 ‘증액 없는 갈아타기’를 다시 허용했지만, 약 한 달 만에 10·15 대책으로 또 가로막은 셈이다. 이번 대책 발표 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규제가 나올 때마다 기준이 바뀌어 대출 갈아타기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불만이 빗발쳤다.

서민의 이자 지출을 줄이고 소비 여력을 높여 가계 건전성을 개선한다는 취지의 대환대출은 2023년 5월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 아파트 주택담보·전세대출로 확대됐다. 지난해 9월부턴 주거용 오피스텔·빌라 담보대출도 가능해졌다. 지난해 19만4821명이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해 1인당 평균 185만원의 이자 비용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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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은 2023년 5월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로 확대됐다. 뉴스1

정부의 각종 규제가 금융 소비자의 이자 경감을 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제한한 것도 대환대출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사들이 월별·분기별로 대출 잔액을 조정하는데 대환대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행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환대출 규모는 4조54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4%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대출 규제에 예외 사항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인하 요구권 등 이자 부담을 덜 다른 방안을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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