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미애방지법 내자 나경원방지법 맞불…보좌진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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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가 상대 정당 의원을 겨냥한 ‘○○○ 방지법’을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법안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네이밍 법안’이 과도하게 쏟아지자 “수준 이하의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나경원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가족이 피감기관에 근무하는 경우 해당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남편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이 피감기관에 근무하는 만큼 “이해충돌”이라며 나 의원의 법사위 간사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며 민주당이 대대적 공세를 벌이자 나 의원은 전날 법사위의 춘천지법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지 않고 이석하는 일도 있었다.
이틀 전인 지난 19일엔 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추미애·김현지 방지법’ 발의를 예고했다. ‘추미애 방지법’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나 의원은 “법사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다수당의 일방적 회의 운영, 발언권 박탈, 강제 퇴장, 간사 선임 거부 등 사례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김현지 방지법’은 상임위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자동으로 증인을 채택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상 발언을 마친 뒤 법사위를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22대 국회 들어 여야는 특정인을 겨냥한 법안을 숱하게 만들어왔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심판 고의 지연 방지”(서영석 의원), “파면 후 48시간 내 관저 퇴거”(복기왕 의원), “소환 조사에 불응하면 강제 구인”(전용기 의원) 등 온갖 취지를 담아 여러 법안을 냈지만, 이들 법안엔 결국 죄다 ‘윤석열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야는 이재명 대통령을 놓고도 경쟁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사법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재판 지연 방지법’을 발의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반대로 ‘이재명 처벌 방지법’으로 맞받았다.
네이밍 법안은 원래는 피해자나 입법 기여자를 기리는 차원에서 만들어지곤 했다. “법안에 이름이 붙는 건 오명이 아니라 훈장”(민주당 전직 의원)이었던 셈이다.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오세훈법’, 부정청탁을 경계하는 문화를 만든 ‘김영란법’이 그 예다. 어린이 교통 사고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만든 ‘민식이법’,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돼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과거와 달리 최근엔 네이밍 법안이 정쟁 목적으로 주로 쓰이자 여야 보좌진 사이에선 신세 한탄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보좌관은 “국민을 위해 써야 할 입법권을 정쟁을 위해 남용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했다. 민주당 보좌관도 “법안 발의가 유희가 된듯하다”며 “의원끼리 서로 방지해야 할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니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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