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루 한권 팔려도…작은 출판사 ‘해외문학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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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에게 돌아갔다. 국내에선 생소한 이름이지만, 출판사 알마는 그의 가치를 알아보고 『사탄탱고』 등 대표작 여섯 권을 출간했다. [뉴스1]
몇 페이지를 넘겨도 한 문장이 끝나지 않는 ‘만연체’, 한국에 생소한 헝가리 작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의 특징이다. 이 작가의 책을 6권 출간한 알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호명되자 ‘생소한 작가를 뚝심 있게 소개한 출판사’란 평을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의 『사탄탱고』는 노벨문학상 수상 전까지 하루 한두 권 판매되는 수준이었다. 수상 결과가 발표된 9일 이후 5일간 약 2600부가 팔렸다. 알마의 안지미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은 낯선 작가의 낯선 문학을 소개하는 시리즈인 ‘알마 인코그니타’로 출간됐다”며 “이 시리즈 작품들은 대부분 판매가 어렵지만, 지치지 않고 밀고 나가니 이런 큰 행운이 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알마처럼 낯선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온 출판사는 여럿이다. 특히 판매율이 저조하더라도 대표의 ‘뚝심’으로 출간을 밀어붙일 수 있는 소규모 출판사의 역할이 크다. 프랑스 문학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1인 출판사 레모는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 작가를 미리 알아보고 4권의 판권을 확보했다. 번역가 출신의 윤석헌 대표는 “조르주 페렉, 아니 에르노, 파트리크 모디아노 등을 소개하고 있다”며 “프랑스 문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소규모 출판사 뮤진트리는 2014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미국의 소설가 시리 허스트베트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곳이다. 현재까지 허스트베트의 작품만 아홉권을 출간했다. 지난해엔 1998년 토니상을 받은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대학살의 신』, 『스페인 연극』, 『아트』를 한 번에 냈다.
이외에도 엘리자베스 비숍, 라이너 쿤체, 페르난두 페소아 등 해외문학을 꾸준히 출판 중인 봄날의책, 예술서적을 포함해 ‘제안들’ 시리즈로 다양한 해외문학을 소개 중인 워크룸프레스 등이 있다.
출판사들은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해외문학 출판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출판사가 해외문학 작품을 출간할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 지원사업인 ‘세종도서’(교양·학술 지원), ‘문학나눔’(문학 지원) 사업과 해외 대사관 차원의 선인세·번역지원 프로그램 정도다.
이중 우수 출판물을 선정·보급하는 ‘세종도서’, ‘문학나눔’의 경우 예산이 줄고 있다. 2023년엔 두 사업이 합산 140억원 규모였다가 지난해 115억원 대로 급감, 올해 다시 예산을 늘렸으나 131억원 대에 그쳤다. 한국문학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이라 해외문학 지원 한도는 15%(문학나눔), 30%(세종도서)로 낮다.
출판사 은행나무 심하은 해외문학팀 주간은 “세종도서 또는 문학나눔에 번역문학 부문이 신설되고 (전체) 지원 규모가 확장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언어권 작품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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