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가자 뜻대로 안되는 트럼프…돌파구는 '김정은 번개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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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1차 휴전 협상을 한 번에 끝내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내 열겠다”고 공언했던 미·러 정상회담은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고, 가자 지구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군사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힌드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피스 메이커’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일종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회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놨다.
“쓸데없는 회담과 시간 낭비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하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소됐느냐’는 질문에 “나는 쓸데없는 회담을 하는 걸 원하지 않고, 시간 낭비도 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회담이 무산됐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존 튠 상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선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직 (회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과 젤렌스키도 (전쟁을) 끝내길 원하고 나도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틀 안에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푸틴 대통령과 2주 내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회담 준비를 위한 루비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동부터 연기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AFP에 “두 장관의 (20일) 통화 이후 추가 대면은 필요하지 않고, 양 정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계획은 없다”고 확인했다.
“2주 내”라더니…러시아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에 “외교장관 통화 이후 러시아가 극단적 입장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실제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주말에 미국에 자국이 원하는 강화 조건을 전달했는데, 여기엔 ‘돈바스’ 2개 주(州)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 내 루한스크 전체와 도네츠크의 75%를 점령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담에서 연방 천연자원감독청장의 발언 도중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두 사람 모두 정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회담 날짜가)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미룰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헝가리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을 뿐 ‘2주일 내’라는 구체적 회담 날짜에 대해선 정상 통화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 드론 공습을 가해 해당 지역의 전력 공급을 중단시켰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남부 접경지인 브랸스크 화학 공장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하는 등 무력 공방을 주고받았다.
위태로운 가자 휴전…JD밴스 부통령 급파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휴전 이후로도 이스라엘의 100차례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 지구엔 전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급파한 데 이어 이날은 JD밴스 부통령까지 추가로 투입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민간군사조정센터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도착한 밴스 부통령은 “휴전은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2단계 휴전안의 핵심인 하마스의 무장 해제 시한도 언급하지 않는 등 휴전이 난항에 빠졌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 부통령의 급파 배경과 관련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행정부 내부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전면적 군사 작전을 재개해 휴전 합의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상당한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로 인한 평화 중재 능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촬영된 가자 지구의 파괴된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하마스를 향해 휴전 합의에 위배되는 행동을 이어갈 경우 “빠르고, 격렬하며, 잔혹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하마스가 협정을 위반해 나쁜 짓을 계속한다면, 나의 요청에 따라 (동맹국들이) 가자지구에 강력한 군대를 보내 ‘하마스를 바로잡을’ 기회를 기꺼이 환영하겠다고 했다”고 하마스를 압박했다. 미군의 투입에 대해선 재차 선을 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겨울 회기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APEC 계기 ‘김정은 접촉’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차질이 노출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관측을 내놨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이날 팟캐스트 대담에서 “‘다시 만나니 좋다’고 인사하는 수준이라면 (북·미 회담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일회성 만남을 위해서면 비핵화에 대한 목표와 관련한 차이는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빅터차 한국석좌도 “미국이 처리해야 할 일을 고려할 때, 짧은 만남도 큰 틀에선 꼭 나쁜 일은 아니다”라며 정치적 목적의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 역시 “(1박2일의 짧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때문에 (회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면서도 “어쨋든 (돌발행동을 해온)트럼프이기 때문에 약간의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할 수 있다면 (회담을)성사시키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을 거치거나 미국이 중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와 김정은을 연결해준 것과는 반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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