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세대출 3분의 2가 고소득층…이창용 “전세제도, 고통 있어도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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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3분의 2가 고소득층에게 나갔다. 서민의 주거 안정이란 원래 취지와 달리 ‘갭투자(전세 안고 매수)’와 같은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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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 가운데 65.2%를 소득 상위 30%인 사람이 받아갔다. 소득 상위 30%는 연 소득 40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데 차주(대출을 낸 명의자)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맞벌이 가구에서 전세대출을 받아갔다면 가구당 실제 소득은 그 이상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값 상승과 맞물려 전셋값이 올랐고, 그에 따라 고액의 전세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의 비중도 따라 늘었다. 2021년 1분기 말 61.2%에서 지난해 말 64.1%로 뛰었고, 올해 2분기에 65%를 넘었다. 전세대출 차주 인원을 기준으로도 소득 상위 30% 비중은 최근 4년 사이 49.8%에서 54.6%로 늘었다. 반면 저소득층 비중은 전세 대출 잔액 기준으로 2021년 1분기 9.1%에서 올해 7.6%로 쪼그라들었다. 차주 인원 기준으로도 2021년 1분기 말엔 12.5%였는데, 올해 들어 10%를 밑돌았다(1ㆍ2분기 각 9.9%).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과거 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목돈을 맡기는 사적 대출의 성격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서민 지원을 내세워 전세대출 제도를 도입했고, 이에 대한 정부 보증과 지원 규모를 늘렸다.

이후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전세대출은 갭투자 수단으로 변질했다. 전세를 껴서 집을 사 놓은 집주인이 전세대출을 이용해 다른 지역에 세입자로 거주하는 행태가 빈번해졌다. 이에 정부가 1주택자 이상에 대한 전세대출을 규제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ㆍ규제지역에서는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기로 한 이유다.

박성훈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세와 월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청년ㆍ신혼부부ㆍ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전세대출은 연평균 18.5%씩 늘며,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5.8%)을 3배 이상 앞질렀다. 지난 20일 국감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세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빚내서 주택 구입)가 계속 확대된다”며 “고통이 있어도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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