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찬반 의견 3만 건 세 대결…‘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놓고 의사-한의사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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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9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엑스레이 촬영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의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엑스레이 검사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가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의 입법예고 마감을 앞두고서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예고(10월 13~22일) 마감이 끝나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의견 3만5300여건이 등록됐다. 비공개 의견을 제외하면 찬성 1만3100여건, 반대 1만7000여건으로 반대가 우세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책임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현행 보건복지부령은 이 자격을 의사·치과의사·방사선사로 제한한다.

의사와 한의사는 이 법안을 두고 맞붙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1일 "한의사 엑스레이 반대 의견 등록으로 법안 제지에 동참해 달라"는 단체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냈다. 전공의·의대생 등이 모인 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반대 의견이 1만 건이 올라가면 철회된다"는 글이 돌기도 했다. 의협 관계자는 "엑스레이 판독은 전문적 영역"이라며 "잘못된 판독은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도 맞불 대응에 나섰다. 한의협은 같은 날 "조직적으로 대량의 반대 의견이 등록됐다. 입법이 성공할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며 찬성 의견 등록을 요청했다.

한의협은 엑스레이 기기 사용으로 기소된 한의사가 올해 초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엑스레이 사용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추나요법을 받으려면 환자가 의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한의원에 가야 했지만, 앞으로는 한의원에서 원스톱 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환자 편의성과 진료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여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여당 관계자는 "뚜렷한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입법예고 의견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참고하는 것일 뿐 강제력은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역 간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조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엑스레이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의사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과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 등은 23일 경기도 부천시 내 서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연다. 25일엔 긴급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논의한다.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집행부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대정부 강력 투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법원 판결로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이 자동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질병 측정 도구로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적절한지, 오남용 우려는 없는지 등 국민 안전을 고려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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