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스크·NASA ‘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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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NASA 국장 대행을 겸인 중인 ‘반(反)머스크파’인 숀 더피 교통장관과 달 착륙선 개발을 도맡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공방을 벌이면서다.

차준홍 기자
더피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가 (우주개발)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 (스페이스X 말고도) 다른 기업들에 (우주 개발의)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시동을 걸어 중국과 ‘제2의 우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7년 이전에 달에 인간을 보낸다는 게 목표다. 이 계획에서 스페이스X는 달 착륙 시스템 구축을 맡고 있지만,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 발사가 여러 차례 실패하며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이미 달 뒷면 탐사선 ‘창어(嫦娥) 6호’를 성공시킨 후 달 탐사용 로봇 개의 시제품 테스트에 벌써 착수한 상태다.
더피 장관은 “우리는 기업 하나에 목맬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우주개발 기업인) 블루오리진이 더 빨리 할 수 있다면 좋다. 우리는 중국보다 먼저 달에 캠프와 기지를 세울 것”이라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NASA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양사에 이달 29일까지 개발 가속화 방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22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우리 없이는 달에 갈 수 없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더피 장관은) IQ가 두 자릿수”라고 거침없이 비난했다. 또 “NASA를 교통부 산하에 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도 지적했다. 더피 장관은 NASA를 교통부 산하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우주 개발을 둘러싼 선의의 논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폭스뉴스 출신 진행자 출신인 더피 장관은 지난 3월에도 항공교통관제사의 감축을 시도한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 머스크와 한 차례 파워 게임을 벌였다. 이때는 더피 장관이 인력 감축을 막으며 한 차례 승리했다. 더피 장관은 기세를 몰아 정식으로 NASA 국장 취임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핀테크 억만장자이자 스페이스X 우주비행 임무를 두 차례 수행한 재러드 아이작먼이 유력한 NASA 국장 후보로 거론되며 더피 장관의 구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아이작먼은 머스크의 지원사격을 받아 NASA 국장으로 지명됐지만,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낙마했다. 이후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다시 유력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3일 차기 NASA 국장 면접 자리에서도 ‘반머스크’ 더피 장관과 ‘친머스크’ 아이작먼이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서로 백악관 인맥을 동원해 로비전도 벌였다고 한다. 여론전도 치열하다. 아이작먼이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방이 나돌자 익명의 소식통 발언으로 “대권을 노리는 더피 장관이 대중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NASA 국장 자리를 노린다”는 음해성 발언이 미 언론에 실렸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곧 최종 결정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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