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영웅이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와의 경기 7회말 1사 1, 2루에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친 뒤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다. 김영웅은 2회 첫타석에는 2루타, 6회에는 동점 3점 홈런을 쳤다. [뉴스1]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2025년 가을은 ‘영웅시대’다. 이름마저 운명적인 삼성 내야수 김영웅(22)이 3점 홈런 두 방으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삼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김영웅의 동점 3점포와 역전 3점포를 앞세워 7-4로 승리했다.

전날(21일)까지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삼성은 값진 두 번째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2승 2패로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되돌린 두 팀은 24일 한화의 홈인 대전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시리즈행 티켓이 걸린 5차전 ‘최종 결전’을 벌인다. 한화가 이기면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삼성이 승리하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홈런 두 방으로 6타점을 쓸어담은 김영웅은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홈런 공장’ 대구에서 만난 두 팀은 3차전에 이어 이날도 홈런 공방전을 펼쳤다. 선방은 한화가 쏘아올렸다.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1·2루에서 문현빈이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삼성 선발 원태인의 7구째 직구(시속 148㎞)가 한가운데로 높게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우중간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한화의 4-0 리드. 사실상 승부의 흐름이 한화 쪽으로 기운 듯했다.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이 ‘김영웅’이라는 주인공 탄생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6회말 선두타자 김지찬이 우중간 3루타로 출루한 게 그 시작이었다. 김성윤의 볼넷으로 무사 1·3루가 된 후 구자욱이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다음 타자 르윈 디아즈의 2루수 땅볼로 1루 주자가 아웃되며 2사 1·3루.

이때 타석에 들어선 김영웅은 올 시즌 33세이브를 기록한 한화 마무리투수 김서현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작렬시켰다. 2스트라이크라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김서현의 3구째 몸쪽 낮은 직구(시속 153㎞)를 힘껏 걷어올렸다. 타구는 130m를 날아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4-4 동점. 그 순간 관중석은 하늘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과 푸른색 응원 수건 물결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영웅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다음 타석에 찾아왔다. 7회말 1사 후 구자욱이 몸에 맞는 공, 디아즈가 볼넷으로 출루해 1·2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다음 타자는 김영웅. 그가 대기석에서 타석으로 걸어가는 동안, 삼성 팬들은 이미 또 다른 드라마의 탄생을 예감한 듯 엄청난 함성을 쏟아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김영웅은 곧바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 한화 6번째 투수 한승혁의 초구 몸쪽 직구(시속 145㎞)에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방망이를 맞은 공이 또 한 번 까마득히 밤하늘을 날아 좌중간 펜스 밖으로 향했다. 삼성의 승리를 사실상 확정 짓는 두 번째 3점포. 포스트시즌 역대 33번째이자 PO 11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김영웅은 배트를 집어던지며 젊은 사자의 포효를 했고, 승리를 예감한 삼성 선수들은 격하게 얼싸안으며 환희를 만끽했다.

김영웅은 앞선 경기에서도 이미 존재감을 뽐냈다. 3차전에선 0-2로 뒤진 4회말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내는 명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비록 경기는 삼성이 졌지만, 김영웅의 ‘영웅 본능’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믿었던 에이스 원태인이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김영웅이 두 번의 스윙으로 다시 팀을 살려냈다. 1~3차전에서 6타점을 수확했던 그는 4차전의 6타점을 보태 총 12타점을 쌓아올렸다. 2017년 오재일(당시 두산 베어스)에 이은 단일 시즌 PO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이다.

김영웅은 이번 시리즈에서 타율 0.643 (14타수 9안타) 홈런 3개, 2루타 2개, 4득점, 3볼넷을 기록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영웅이 쓰러져 있는 우리 팀을 일으켜 세웠다. 선수, 코치, 감독을 다 해봤지만, 이런 짜릿함은 처음이다”라며 감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