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혁신의 대명사가 만들면 원과 사각 시계도 다르다... 리차드 밀의 데일리 워치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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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차드 밀이 사각형과 라운드 형태 시계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직사각 RM 016 모델(2008년)에서 진화한 ‘RM 16-02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 초박형 라운드 워치 RM 033 시리즈(2011)의 최신 버전 ‘RM 33-03 오토매틱’이 그 주인공이다. 두 모델은 최근 리차드 밀이 추구하는 디자인 스펙트럼의 확장과 미학적 실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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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의 2025년 모델인 RM 16-02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왼쪽)과 RM 33-03 오토매틱 모델.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각, 라운드 워치다. 사진 리차드 밀


토노형 케이스 이상의 매력
리차드 밀은 2001년 첫 모델을 선보이며 짧은 시간 안에 정상급 파인 워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스위스 시계 업계의 전통적 기술 위에 과감한 혁신과 실험 정신을 결합하며, 기존 틀을 깨는 시계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레이싱 머신과 항공 우주 산업에서 사용하는 첨단 소재와 공학적 메커니즘을 시계 제작에 도입한 것도 리차드 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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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은 시계 제조의 전통과 소재 혁신으로 이름을 알렸다. 사진 리차드 밀

첫 시계 RM 001을 비롯해 리차드 밀의 시계는 대부분 토노(Tonneau)형태 케이스로 제작된다. 프랑스어로 와인 통을 뜻하는 이 케이스는 정면에서 봤을 때 중앙이 볼록하며, 측면은 곡선을 이루어 손목을 따라 자연스럽게 감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토노형 케이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 DNA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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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통을 닮은 토노형 케이스는 리차드 밀을 대표하는 디자인이다. 사진 리차드 밀 홈페이지

그러나 고객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형태적 진화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의지가 맞물리며, 리차드 밀은 사각과 라운드 등 토노형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시계를 내놓게 됐다. 케이스 형태가 달라지면 그 안에 탑재되는 무브먼트 역시 새롭게 설계돼야 한다. 수백 개의 부품이 정밀하게 맞물리는 시계 제작 분야에서 무브먼트 개발은 절대 가벼운 시도가 아니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사각의 미학
RM 16-02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의 가장 큰 특징은 두께 9.5㎜의 직사각형 케이스다. 리차드 밀의 시계 중에서 얇은 편에 속하며, 직선이 주는 강인함과 사각 형태 특유의 모던한 느낌을 고루 갖췄다. 크기는 전작인 RM 016보다 10% 줄인 36ⅹ45.65㎜로, 얇고 작아 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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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 쿼츠 TPT® 소재의 RM 16-02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왼쪽)과 티타늄 소재 버전. 사진 리차드 밀

케이스 소재는 5등급 티타늄과 테라코타 쿼츠 TPT® 두 가지다. 티타늄은 마이크로 블라스트 공법으로 표면 강성을 높이고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금속의 질감을 살렸다. 테라코타 색을 더한 쿼츠 TPT®는 정제된 실리카 섬유를 층층이 쌓아 압축한 복합 소재로, 가볍고 내구성이 높은 데다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아 항공기나 포뮬러1 차량을 만드는 데 쓰인다. 겹겹의 층을 쌓아 만들어 독특한 무늬를 내는 것도 이 소재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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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암호를 연상시키는 숫자 인덱스 디자인과 건축적 구조미가 느껴지는 무브먼트가 조화를 이룬다. 사진 리차드 밀

케이스 따라 디자인한 사각형 심장
사각 케이스 안에는 무브먼트를 드러낸 투명한 다이얼이 자리한다.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는 디지털 암호처럼 디자인돼 사파이어 크리스털 다이얼 위에 새겨지고, 실로 꿰듯 숫자 전체를 두 줄로 연결했다. 인덱스와 무브먼트가 얽힌 모습은 정교함과 복잡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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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며 동력을 축적하는 플래티넘∙티타늄 소재 로터가 보이는 백케이스. 사진 리차드 밀

케이스 크기 변화에 맞춰 새로 제작된 칼리버 CRMA9는 브랜드의 15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다. 부품을 조립하고 고정하는 공간인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스켈레톤 형태로 제작해 톱니 형태 부품이 맞물려 움직이는 모습을 앞뒤에서 볼 수 있다. 직사각형 첫 모델인 RM 016과 마찬가지로 RM 16-02는 시와 분, 날짜 기능을 갖춘 간결한 기능의 데일리 워치다. 하지만 정교한 디테일과 혁신적 설계를 담아낸 점에서 여러 기능을 갖춘 컴플리케이션 시계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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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착용 사진. 브랜드는 여성도 착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리차드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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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처음 선보인 초박형 직사각 시계 RM 016. 사진의 모델은 레드 골드로 만든 초창기 버전이다. 사진 리차드 밀


라운드 워치의 진화
리차드 밀의 라운드 시계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재를 사용하고 스크루 장식같이 단번에 이 브랜드의 시계임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더해 완성된다. 올해 공개된 RM 33-03 오토매틱(이하 RM 33-03)은 브랜드의 첫 초박형 라운드 모델인 RM 033(2011년)에서 출발, RM 33-02(2019)를 거쳐 진화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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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TPT®로 베젤과 백케이스, 레드 골드로 케이스 측면을 완성한 RM 33-03 오토매틱 워치. 사진 리차드 밀

겉보기에 원형 같지만, RM 33-03의 케이스는 사실 완벽한 원이 아니다. 둥근 다이얼을 감싼 베젤을 미세한 각이 있는 다면 구조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스크루를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돌출된 베젤의 라인은 리차드 밀 특유의 정밀한 기계적 구조를 부각하는 동시에 전통적 라운드 워치보다 한층 스포티한 인상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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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 디테일이 강조된 원형 케이스가 특징이다. 왼쪽 모델은 카본 TPT®와 레드 골드, 오른쪽은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사진 리차드 밀

케이스는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하나는 전체를 5등급 티타늄으로 제작한 모델, 다른 하나는 카본 TPT®와 레드 골드를 조합한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가벼운데다 각 소재가 지닌 서로 다른 질감과 색감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손목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름은 41.7㎜, 두께 9.7㎜로 앞서 소개한 직사각형 시계 RM 16-02처럼 얇은 축에 속한다.

혁신적 기술 더한 초박형 무브먼트
리차드 밀은 RM 033을 처음 선보일 당시 케이스를 얇게 만들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우선 무브먼트 두께를 줄여야 했다. 엔지니어들은 회전하며 동력을 축적하는 부품인 로터를 작게 디자인하되 회전에 필요한 무게를 충족시키기 위해 플래티넘 소재를 사용했다. 그 결과 탄생한 무브먼트 RMXP1의 두께는 2.6㎜, 이를 탑재한 시계 전체의 두께는 6.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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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조립 과정. 가장자리에 스켈레톤 형태 날짜 디스크가 보인다. 사진 리차드 밀

RM 33-03 시계에는 두께 3.28㎜의 새 무브먼트 RMXP3가 탑재된다. 이전 무브먼트보다 약간 두껍지만, 스몰 세컨즈(초침) 디스플레이와 날짜 기능을 추가했음에도 여전히 얇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 무브먼트에도 플래티넘으로 제작한 마이크로 로터를 탑재했다. 이 부품은 세라믹 볼 베어링 위에서 양방향으로 회전하며 시계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풀 와인딩 시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이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배럴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기어트레인을 통해 무브먼트의 핵심 부품인 밸런스 휠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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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소재 마이크로 로터가 드러난 백케이스. 무브먼트의 건축적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사진 리차드 밀


섬세한 디테일, 장인의 손길로 완성해
다이얼은 무브먼트 일부를 드러낸 오픈 워크 구조로, 레드 골드 소재의 아라비아숫자 인덱스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입체감을 준다. 새로 추가된 날짜 창과 스몰 세컨즈는 각각 5시와 6시 방향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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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방향 날짜, 6시 방향 스몰 세컨즈(초침) 기능이 추가된 RM 33-03 오토매틱 워치. 사진 리차드 밀

이 시계는 외관부터 무브먼트까지 브랜드가 보유한 섬세한 마감 기술을 적용해 완성됐다. 고운 모래 입자를 고압 공기로 분사해 금속 표면에 매트한 질감을 만드는 ‘샌드 블라스트’, 이보다 더 정교한 ‘마이크로 블라스트’, 금속 표면을 일정한 방향으로 연마해 세밀한 선을 만드는 ‘새틴 피니시’, 부품의 모서리를 일정한 각도로 깎아내고 그 단면에 광택을 주는 ‘베벨링’ 등 다양한 마감 기법이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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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따라 케이스 측면을 곡선 형태로 디자인해 착용감이 좋다. 사진 리차드 밀

리차드 밀의 크리에이션 및 개발 디렉터 세실 게나는 라운드 워치인 RM 33-02, 33-03 시리즈를 두고 “브랜드 고유의 특색은 살리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가미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리차드 밀이 선보이는 사각형 및 라운드 워치는 토노형을 벗어난 여러 시계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 및 디자인 철학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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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공개된 RM 033 시리즈. 초박형 라운드 케이스가 특징이다. 사진 리차드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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