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 극초음속비행체 시험"…탄착점 돌리면 경주, 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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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22일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2일 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평양에서 북동쪽으로 발사했으나, 방향을 남쪽으로 돌려보면 탄착점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 근접하다. 주요국 정상이 결집하는 대형 외교 행사를 앞두고 한국의 방공망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반도의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미사일총국은 10월 22일 중요무기체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북동방향으로 발사된 2개의 극초음속비행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등판의 목표점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발사 현장에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식 당 중앙위 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천은 "새로운 무기체계의 첨단성은 우리의 자위적 국방 기술력의 부단한 갱신에 대한 뚜렷한 입증"이라며 "우리의 활동은 명백히 전쟁 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해 나가자는 데 있으며 그 목적은 자체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건 APEC을 앞두고 정세 격화의 책임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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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지난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인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화성-11마'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처럼 대외적으로 위협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내고, 김정은이 시험 발사를 직접 참관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북한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표현도 미사일이나 로켓이 아닌 '비행체'로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을 통해 고도화하는 자신들의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방어적인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스케줄에 따라 시험 발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짚었다.

군은 북한의 기만술일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는 북한의 무기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하는 가운데, 북한의 공개보도 내용을 포함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궤적 상으로는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유사하다는 전날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종말 단계에서 보이는 특성인 풀업 변칙 기동과 마하 5 이상의 속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극초음속미사일의 특성상 탐지 자체가 제한적이었을 수도 있다. 군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한 '화성-11마형'일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이유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1마인지 여부는 아직 평가 중"이라면서도 "거리나 탐지에 한계가 일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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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전문가들은 극초음속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의 파생형인 '화성-11마형'의 경우에는 최고 고도가 50㎞ 미만이고 종말 활공비행 단계에선 고도가 30㎞ 내외로 떨어져 정확한 탐지가 불가능하다"며 "특히 남쪽에서 북쪽으로 쏘면 지구 곡률 때문에 탐지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술의 민감성을 고려해 군이 극초음속미사일로 단정하는 데는 신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주장과 달리 해당 미사일이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해 시험 발사가 목적한 바를 모두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한이 표적 명중 장면 외에 미사일의 외형이나 비행 장면, 이름, 제원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북한이 '화성-11마형'을 발사한 것이 맞다면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열병식 녹화 중계에서 해당 미사일에 대해 "수백 킬로미터 범위 안에 있는 적을 초정밀 타격하는 위력한 무기체계"라는 설명을 내놨다.

군은 미사일 비행 거리를 약 350km로 발표했지만, 북한이 밝힌 발사 장소와 탄착 지점 간 거리는 약 430km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정 탄착지점은 청진공항과 어랑읍으로부터 5㎞ 정도 떨어진 거리"라면서 "평양 역포구역에서 약 430㎞ 떨어져 있는 어랑읍 시가지와 공항 인근에 탄착 지점을 설정한 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사 지점과 경주까지의 거리는 460km로, 비행거리를 통해 경주를 겨냥한 효과를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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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xxxxxxxxxxxxxxxxx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통신은 이날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잠재적인 적수들에 대한 전략적 억제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제고해나가기 위한 국방력 발전계획 사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장거리형 극초음속미사일인 '화성-11마형'을 기존 미사일 전력에 추가해 한국, 더 나아가 일본의 방공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용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미사일에 HGV형 탄두를 장착할 경우 사거리를 최소 30% 이상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 일부까지 사정권에 둔 극초음속미사일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한미군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주한 미군 측이 선제적으로 입장을 낸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APEC 계기 방한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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