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부마저 쥐락펴락…'캄보디아 범죄 배후' 中출신 38세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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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의 배후로 38세의 천즈(陈志)와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이 지목됐다. 미국 당국은 그의 14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했으며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지역에서 잇따라 제재 대상에 올렸다.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 사진 프린스그룹 홈페이지 캡처
천즈는 과거 캄보디아의 두 총리, 훈센과 훈마넷의 고문을 지낸 인물이다. 2015년 그가 설립한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기업 그룹 중 하나로 현재 30개국 이상에서 부동산·금융서비스·소비재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천즈는 중국 출신으로 캄보디아·바누아투·키프로스 국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는 총리 고문을 지냈을 뿐 아니라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공작(duke)’명예 칭호를 받았다. 현지에서는 “천즈가 캄보디아의 권력 구조 속 깊이 뿌리내린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영향력은 정부 각층에 미친다.
천즈가 이끄는 상업 제국은 세 개의 주요 회사로 구성돼 있다. 프린스 부동산그룹(Prince Real Estate Group)·프린스 환위 부동산그룹(Prince Huan Yu Real Estate Group)·프린스은행(Prince Bank)이다. 현지에서 그의 부동산 투자는 20억 달러에 달하며 수도 프놈펜의 대형 쇼핑몰‘프린스 광장(Prince Plaza)’등이 대표적 상징이다.
프린스그룹 웹사이트에는 천즈를“캄보디아 재계에서 존경받는 기업가이자 저명한 자선가”라고 소개하며 그가 프린스재단(Prince Foundation)을 통해 다양한 자선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논펜 다이아몬드 아일랜드에 위치한 프린스 그룹 본사. 사진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사기로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 갈취
천즈의 온라인 사기는 전 세계를 향해 마수를 뻗쳤다. 미국 검찰에 따르면 천즈와 그의 동업자들은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라는 연애 빙자 사기 수단을 통해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갈취했다.
이 수법은 감정적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를 속이고 투자하도록 유도한 뒤 계좌의 자금을 빼내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으며 자금은 사치품 구매와 자산 이전에 사용됐다.
미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내 최소 10개의 사기 거점을 운영했으며 그곳의 노동자 대부분은 강제로 억류된 이주민이었다. 이들은 SNS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수천 명의 피해자에게 접근해 관계를 맺고 “가상화폐 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송금을 유도했다.
미 법무부는 또 천즈는 정치적 영향력과 뇌물을 통해 범죄 조직을 보호하고 일부 불법 수익금을 프린스그룹 산하 카지노와 가상화폐 채굴회사를 통해 세탁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사기 수익으로 호화 여행과 오락, 명품시계·요트·전용기·별장·미술품 등을 구입했으며 뉴욕 경매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낙찰 받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연합조보 보도에 따르면 천즈는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징역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천즈와 프린스 그룹의 향후 행방
현재까지 프린스그룹과 관련된 총 128개 회사와 18명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캄보디아·홍콩·싱가포르·영국령 버진아일랜드·케이맨군도·대만, 팔라우 등에 등록돼 있으며 미 재무부는“이 중 대다수가 실질적 사업 활동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라고 밝혔다.
물론 천즈와 프린스그룹은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프린스그룹은 웹사이트를 통해 “2024년 이후 자금세탁과 범죄 연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이 반박 성명은 삭제된 상태다.
영국·홍콩·대만 등으로 번진 제재
현재 영국·홍콩·대만 등 각국에서 천즈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 영국은 천즈의 런던 북부의 1200만 유로상당의 고급 저택, 런던 금융지구의 1억 유로 규모 사무실 건물 그리고 여러 채의 고급 아파트를 압류했다.
싱가포르 금융관리국(MAS)은 천즈의 관련 회사를 조사 중이며 대만 당국 역시 천즈 사건과 관련된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언론은 천즈 관련 회사가 침사추이에 위치한 30억 홍콩달러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신보"는 천즈가 홍콩 상장사 지하오다홀딩스와 쿤그룹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 한국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에 프린스 그룹 자금이 남아 있는 곳은 KB국민·전북·우리·신한은행 총 4곳이다. 이들 은행에 남아 있는 프린스그룹의 예치금 잔액은 912억원에 달한다. 해당 자금은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모두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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