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곧 베네수엘라 지상작전, 의회 선전포고 불필요”…카리브해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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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뉴시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며 의회 승인 없이도 군사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상 전쟁 선포 권한은 의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이 ‘마약 척결’과 ‘국가 안보 수호’에 해당한다며 독자적 권한을 주장했으나, 실제 목표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안보대책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곧 지상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의회에 보고하겠지만 선전포고는 필요하지 않다. 마약을 들여오는 자들은 그냥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BC가 전했다. 이는 전쟁 선포 절차를 우회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무력 개입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비밀 작전을 승인해 미군의 인명 살상 임무를 허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은 9월 이후 민간 선박을 ‘마약 운반선’으로 규정해 폭격을 가했으며 최소 37명이 사망했다. 현재 1만 명 이상의 미군과 전투기·군함이 카리브해 일대에 배치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텍사스 다이이스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1B 폭격기 2대가 베네수엘라 인근 공역에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며 “수십 년 만에 남미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군사 행동”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범을 태운 선박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는 미군 병력. 사진 트루스소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이건 신(新) 네오콘 3.0의 부활 아니냐(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 “계획도 없이 무차별 살상을 벌이는 상황(보수 싱크탱크 ‘더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대표 커트 밀스)”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끝없는 전쟁을 피하겠다’던 트럼프의 공약이 군사 개입주의로 돌아섰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마약과의 전쟁’이 사실상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위한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고 봤다.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제니퍼 카바나 연구책임자는 “카르텔은 알카에다와 다르다. 이는 테러와의 전쟁 재연”이라 비판했다. 다니엘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트럼프는 서반구 패권을 강화하려는 군사 우위주의자(Primacist)”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식 중남미 전략인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규정한다. 이는 19세기 먼로 독트린의 “미주는 미국의 영향권”이라는 원칙을 계승하되, 트럼프 대통령의 ‘무제한 무력주의’로 변형된 개념을 뜻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작전의 핵심 설계자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라고 NYT는 전했다. 쿠바계 반공 가정 출신인 루비오는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타도를 주장해왔으며, 현재는 CIA와 국방부 내 강경파와 함께 공습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친트럼프 인사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친 전쟁은 싫다”며 “미국의 식민주의적 폭거는 실패할 것”이라 반발했다. 트럼프가 ‘마약 수장’으로 지목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국제법을 위반한 미군의 ‘처형식 공격’으로 카리브해의 사망자 수가 택시 미터기처럼 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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