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박2일 방한’ 트럼프, 29일 李대통령과 회담…제1도련선 따라 亞 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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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주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를 계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오는 29일부터 1박 2일로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8월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의 회담이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한국시간) 부산으로 이동해 대한민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 참석하고 APEC CEO 오찬 기조연설을 한 뒤 APEC 정상 실무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부산으로 들어와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30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ㆍ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미국으로 출국한다.
트럼프 재취임 이후 첫 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졌고,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자 간 ‘깜짝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지난 1월 대통령에 재취임한 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ㆍ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 7월 30일 타결된 양국 무역 협상의 후속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여부다. 3500만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의 구성과 지급 기간이 핵심 쟁점이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막바지 접촉에 나서는 등 속도를 냈다.
한국은 현금 투자 금액은 2000억 달러 선으로 하고 연간 150억 달러 안팎의 금액을 장기 분할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미국은 200억~25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며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CNN 방송 인터뷰에서 양국 협상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신중론을 폈다.
한·미 무역 협상, 트럼프 결단 관건
관건은 사실상 전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여부다. 그는 최근 여러 차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조건을 놓고 ‘선불 투자(Up front)’를 주장해 왔는데, 특유의 톱다운식 의사결정을 통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 문서에 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ㆍ미 정상회담 하루 뒤 더욱 난해하고 복잡한 현안이 산적한 미ㆍ중 정상회담을 치르는 만큼 한국과 먼저 합의를 해 대중(對中) 협상 부담을 최소화하려 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 후속 합의에 타결되면 양국 간 안보 현안까지 아우르는 통상ㆍ안보 패키지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지난 8월 백악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안보 분야 실무 논의 과정에서 동맹의 현대화, 한국의 국방비 증액, 한ㆍ미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 등에 잠정적으로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무역 협상을 매듭짓지 못해 안보 분야 잠정 합의안을 발표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의 경우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가 골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로 예정된 미ㆍ중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 주석을 만난 이후 6년 4개월 만의 재회다.
트럼프·시진핑 30일 ‘무역 담판’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미국이 ‘11월 1일부터 대중 추가 관세 100% 부과’로 맞불을 놓는 등 양국 회담을 앞두고 첨예한 기싸움을 벌여 온 만큼 치열한 담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에서 시 주석과 꽤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미ㆍ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해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제조ㆍ유통 단속 강화와 함께 핵 군축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방중 환영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26일 아시아 순방 첫 행선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아세안 정상 업무 만찬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7일 오전 일본 도쿄로 이동한 뒤 28일 오전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 선출 후 둘의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레이시아(1박 2일)→일본(2박 3일)→한국(1박 2일)에 이르는 트럼프 대통령 동선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ㆍ중의 1차 해상 방위선에 해당하는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를 잇는 선)’과 궤적이 같다. 시 주석과의 담판을 앞두고 대중 견제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와 북 김정은 만남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레빗 대변인의 대통령 일정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과 관련된 스케줄은 없었다. 2019년 6월 ‘판문점 회담’과 같은 전격적 이벤트가 벌어질 공산은 크지 않지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동행한다. 중국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24~27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미 정부 측과 무역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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