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9년째 말러 교향곡 지휘하는 진솔…“맹랑한 도전,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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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진솔이 2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말러 교향곡 4번'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연은 오는 2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몇 년 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만 파고 있으면, 이 사람 진짜 이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도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악보를 통해 이상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연주하는 과정이 정말 즐겁다.”

오는 26일 예술의 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무대에 올리는 진솔 지휘자가 24일 서울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독일 만하임 음대를 졸업한 진 지휘자는 귀국 후인 2017년 말러를 사랑하는 단원들을 모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을 만들고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시작했다. 국·공립 단체에서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오케스트라가가, 대규모 편성의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연주는 말러 시리즈의 여덟 번째 공연이다. 4번 교향곡과 함께 말러가 편곡한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가 연주된다. 진 지휘자는 “보통 말러 교향곡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연주자 수가 100~500명 정도의 대규모 편성인 반면, 4번은 80~95명 정도의 소규모 편성이고 러닝타임도 50~60분 정도로 짧은 편”이라며 “4번은 특별히 서곡의 느낌으로 죽음과 소녀를 함께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죽음과 소녀의 경우 말러의 편곡에, 진 지휘자의 수정도 일부 더해졌다. 진 지휘자는 “원곡에 없었던 더블베이스 파트를 추가하고 곡이 ‘수미상관’으로 끝나게끔 곡 구성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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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이 지휘하는 말러리안의 말러 교향곡 6번 1악장 연주. [유튜브 캡처]

올해로 9년 차에 접어든 말러 시리즈에 대해 진 지휘자는 “철없는 맘에 시작한 맹랑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도 말러 교향곡을 연주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현재는 10대부터 40대 연주자까지, 무대와 말러에 대한 동경을 가진 전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말러리안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진 지휘자는 “말러는 워낙 대규모 편성의 곡을 많이 썼기 때문에 그만큼의 인력, 자본이 많이 투입되고 연주를 위해 다양한 악기를 구하는 등의 행정적인 일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적으로도 난해하다. 지시어만 봐도 ‘앞으로 가면서도 빨라지면 안 된다’, ‘멈추는 듯 느려지면 안 된다’ 등의 모순적인 표현들이 빼곡히 적혀있다”고 말했다. 관객을 만날 수 없던 코로나 팬데믹도 말러 시리즈의 장벽이었다. 진 지휘자는 “연주 하려면 100명 넘는 단원들이 모여야 하니 연습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를 끝내면 이제 진 지휘자가 연주할 말러의 교향곡은 ‘부활(2번)’, ‘천인교향곡(8번)’뿐이다. 둘 다 말러의 대표작이자,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곡이다. 진 지휘자는 “이제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으로 느껴진다”며 “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꿈과 희망, 나의 성장을 공유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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