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국판 칼레’ K4 서울중랑축구단, 기적 같은 전국체전 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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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자 일반부에서 준우승하며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완성한 서울중랑축구단. 사진 서울중랑축구단

축구 K4리그(4부리그) 중하위권 팀 서울중랑축구단(감독 김범수, 이하 중랑FC)이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기적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며 감동을 안겼다.

중랑FC는 지난 22일 부산 기정월드컵빌리지 천연A구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축구 남자일반부 결승에서 창원FC에 0-4로 패해 준우승했다. 간발의 차로 정상에 서진 못했지만, 구단 창단 이후 최초이자 서울시체육회 소속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남자 일반부 팀 중 최초로 결승에 오르며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새 역사를 썼다. 축구팬들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라 부르며 주목한 이유다.

‘칼레의 기적’은 지난 1999~2000시즌 프랑스 4부리그 아마추어 축구팀 칼레 라싱 위니옹 FC가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에서 칸, 스트라스부르, 보르도 등 내로라하는 강팀들을 줄줄이 꺾고 준우승한 사건을 일컫는다. 전국체전에서 대전코레일 등 상대적 강자들을 연파하며 결승까지 올라간 중랑FC의 스토리와 빼닮았다.

중랑FC는 프로 1부(K리그1)에서 아마추어 7부(K7리그)까지 7단계로 나뉘는 한국 축구 디비전시스템에서 가운데 토막인 4부리그 소속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 중인 선수들, 저마다의 이유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프로 무대에서 뛰다 방출된 선수들이 모여 뛰고 있다. 다수의 선수들이 직장 또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프로 진출의 꿈에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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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자 일반부에서 준우승하며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완성한 서울중랑축구단의 안준혁(등번호 10번)이 득점 직후 김범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고 있다. 사진 서울중랑축구단

중랑FC는 순위와 성적을 우선하는 여느 축구팀과 운영 철학 자체가 다르다. 시즌 내내 ‘베스트 멤버’ 개념을 두지 않고 등록선수 모두를 고르게 그라운드에 올린다. 선수들에게 ‘축구인생의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범수 감독은 “중랑은 K4리그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는데도 프로팀 구단 관계자들이 선수를 보러 가장 많이 방문하는 팀”이라면서 “올 시즌 국내·외 프로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둔 선수들이 7~8명에 이른다. 소속 선수를 프로 무대에 올려 보낸 숫자로는 K4리그에서 단연 1등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체전에 대해서는 전략을 바꿨다. 단기 토너먼트 대회인 데다 서울시 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구단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 따라 이른바 ‘최정예’라 부를 만한 선수 18명을 추려 나섰다. 그간 ‘약체’라며 내려다보던 여러 경쟁 팀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고픈 마음도 있었다.

선수단 규모를 대폭 줄여 군살을 뺐음에도 대회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열악한 축구 외적 환경들이 선수단의 발목을 잡았다. 빠듯한 예산과 부족한 지원 아래 대회 일정을 치르다보니 훈련장 확보, 숙식 등 기본적인 것들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 했다.

김 감독은 “상대를 분석하고 전술을 연구하는 시간보다 당일 밤 선수들을 재울 숙소를 찾는데 쓴 시간이 훨씬 많았다”면서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만을 갖지 않고 최선을 다 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에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축구협회 팀장 이하 실무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발 벗고 도와줘 여러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숙소를 구하는데 도움을 주신 지인 분들의 은혜도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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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자 일반부에서 준우승하며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완성한 서울중랑축구단. 사진 서울중랑축구단

기적 같은 준우승 직후 통화와 문자가 쏟아져 한동안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 했다는 김 감독은 “좋은 성적을 거둬 주목 받고 싶은 욕심을 누르며 ‘선수 육성’이라는 원칙에 매달린 노력을 전국체전 은메달로 보답 받은 것 같다”면서 “페널티킥 방어 포함 승부처마다 선방 쇼를 펼친 골키퍼 염경민을 비롯해 온 몸을 던져 상대 슈팅을 막아낸 수비진,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 미드필드진, 찬스마다 득점으로 마무리한 공격진까지 모든 선수가 내 작품들이자 은인들”이라고 말했다.

축구인들은 “이번 전국체전 기간 중 중랑FC의 기적이 대한민국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면서 “그간 중랑FC가 축구 저변 확대에 기여한 공이 크지만, 앞으로 선수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축구 환경을 갖추려면 한층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중랑 선수들이 목에 걸고 돌아간 은메달이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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