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사람 보면 연락" "체포됨"…초등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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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와 고객님의 도움으로 범인을 검거 완료했습니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무인점포에는 남성 A씨의 절도 시간을 분단위까지 기재한 뒤 폐쇄회로(CC)TV 캡처 사진에 ‘ARRESTED(체포되었음)’이라는 글자를 합성한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마지막 범행은 지난 2월 22일로 약 8개월 이상 지났고, 경찰에 검거까지 됐음에도 A씨의 얼굴은 여전히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공개되어 있다.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 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CCTV 캡처 사진이 붙어 있다. 김창용 기자
이처럼 무인점포 수가 급증하며 이를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이 늘자 업주 등이 이들의 사진 등을 공개하며 ’사적 제재’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지어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음에도 얼굴이 공개된 사례도 있다. 인천 서구의 한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절도범으로 몰린 초등학생 B군의 어머니는 지난 22일 명예훼손 혐의로 업주를 고소했다. B군은 지난달 11일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뒤 점포 내부에 기재된 계좌로 자신의 이름과 상품명까지 함께 적어 800원을 송금했지만, 업주는 확인조차 없이 B군의 얼굴이 담긴 CCTV 사진을 약 1주일간 벽에 붙여뒀다. B군의 어머니는 업주에 대한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점포에 붙어있던 사진. 연합뉴스
점포의 무인 운영 여부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지난 2023년 5개 업종(사진관·세탁소·아이스크림·밀키트·스터디카페)에 대해 소방청이 자체 집계한 결과는 6323곳이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무인점포에서 주로 사용되는 식품 자동판매기 영업 현황을 신고한 점포는 3만6966건 정도였다.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사진관과 세탁소 등을 업종을 더하면 국내 무인점포 수는 10만 곳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 역시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3년 1만847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지난 3~4월 수원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두 달간 총 40~50차례에 걸쳐 약 1000만원어치의 물건을 가져가고, 지난 6월에는 인천 부평구에 있는 무인점포 8곳을 돌며 현금 72만원을 훔친 중학생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 일선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은 “무인점포가 많은 곳이 없는 곳에 비해 확실히 절도 사건이 많다”고도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xxxxxxxxxxxxxxxxxxxxx
자의적 신상·얼굴 공개는 사적 제재
하지만 점주가 자의로 신상이나 얼굴 등을 공개하는 건 명백한 사적 제재다. 하물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신중히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개인이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공개해버리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얼굴은 다 구별이 되는 유일한 정보이기에 사실관계를 떠나 명백히 처벌 사유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인으로 업장을 운영하면서 피해를 막기 위한 자체 방지책은 강화하지 않고 사건 처리를 위한 비용을 사회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인매장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사람 없이 운영되고, 엄연히 개인 매장인 만큼 CCTV 외에도 절도 등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점주 스스로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엄연히 범죄인 만큼 경찰이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양심거울이나 범죄 예방용 포스터 등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하지 않고 경찰에게만 사건 처리를 맡겨두니 행정력이 낭비돼 비용의 사회화를 초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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