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린 99.9%다"…불공정에 뿔난 Z세대, '원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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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휩쓰는 Z세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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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Z세대 시위’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 Z세대가 기득권층의 부패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에 맞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최근 Z세대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아시아의 네팔과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데 이어, 남미의 페루에선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2일 수도 리마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의회에서 탄핵이 된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로 인해 극심한 혼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에서는 지난달부터 강력 범죄 급증으로 인한 치안 불안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 고용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Z세대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무너뜨린 마다가스카르에서도 Z세대 청년단체들이 “우리는 물과 전기, 가족이 충분히 먹을 식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얻지 못했다. 다시 거리로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새 정부에 보냈다. 언제 다시 격렬한 시위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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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남미가 기자

특권층 명품 사치, 의원 주택수당·특혜에 분노…“우리가 99.9%다” 항거

최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대륙을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주축 세력은 Z세대다. Z세대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특정한 리더를 두지 않고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위한 시위를 위해 모인다. 전문가들은 Z세대의 시위를 2011년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2010~12년 아랍의 봄, 2014년 홍콩 우산혁명에 이어 보다 진화한 형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과거보다 높아진 청년들의 교육 수준도 Z세대 시위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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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네팔에서 정권이 붕괴된 후 시위대가 축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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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Z세대 시위의 시작은 아시아였다. 특권층 비판에 초점을 맞춘 반정부 시위가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지난 8월 말~9월 초에 발생한 네팔의 Z세대 시위는 정권을 교체시켰다. 네팔 시위는 ‘네포 키즈(nepo kids)’라고 불리는 소수의 특권층 젊은이들이 고급 호텔에서 명품을 자랑하는 모습을 담은 SNS에서 출발했다. 이를 본 일반 Z세대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너희들의 사치가 우리들의 고통!”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시위는 시작됐다. 최상류층의 호사스런 삶이 일반 젊은이들을 자극한 것이다. 네팔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450달러(약 200만원)에 불과한 세계 150위권의 가난한 나라다. SNS에서는 Z세대들의 분노가 끓어 넘쳤고, 네팔 정부는 지난 9월 8일 이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SNS 플랫폼 26개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이 조치로 Z세대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격렬한 시위로 인해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전직 총리의 부인 등 70여 명이 사망했고, 경찰서 등 주요 관공서가 불탔으며 장관이 길거리에서 구타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총리는 9월 9일 사임을 발표하고 관저를 떠났다. 현재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팔, 특권층 SNS로 명품 자랑이 발단
이후 네팔은 Z세대가 지지하는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새 내각을 구성했다. AP통신 등은 “네팔의 시위는 기존의 정당이나 노조 등 특정 세력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잃은 Z세대 젊은이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어난 점에서 독특하다. 젊은이들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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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인도네시아에서 ‘저항할 때’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Z세대. [AFP=연합뉴스]

지난 8월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반정부 시위도 Z세대가 주력이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하원의원 580명에게 주택수당으로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원)씩 지급했다는 뒤늦은 언론보도가 도화선이 됐다. 이는 수도인 자카르타의 월 최저임금인 540만 루피아의 10배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세금 인상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다. 지난 10년 동안 5%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제조업 분야에서의 일자리 감소로 올 상반기 해고된 노동자만 4만2000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2%나 급증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대학생 등 젊은이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고, 경찰 장갑차에 깔려 시위대가 숨지는 등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10여 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시위 사태가 확산되자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는 의원 주택수당 등 다양한 특혜를 폐지하고 재무장관 등 내각 일부를 교체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시위 사태는 진정됐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기득권층의 부정부패 문제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민심을 거슬리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변국인 동티모르와 필리핀에서도 최근 젊은층이 주도한 시위로 인해 정국이 요동쳤다. 지난달 동남아 최빈국인 동티모르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지급하기로 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동티모르 의회가 의원 65명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도요타의 신차 제공 목적의 예산 420만 달러(약 58억원)를 편성했다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141만 명 중 40%가 빈곤층으로 빈부 격차와 영양실조, 실업률 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생 2000여 명은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수도 딜리의 관공서를 습격하고 불을 질렀다. 결국 동티모르 의회는 신차 지급을 백지화하고 국회의원 종신 연금도 폐지키로 했다.

지난달 필리핀에서도 정치권의 비리로 인해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태풍 등 자연재해 대비를 위한 홍수 예방 사업에서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는 지난 3년간 5450억 필리핀페소(약 13조2000억원)가 투입됐는데, 부실한 사업 운영에 따른 손실이 최대 1185억 필리핀페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고위 정치인들이 이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결국 상·하원 의장 모두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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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마다가스카르 Z세대가 해적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이는 장면. [AP=연합뉴스]

Z세대 시위는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회 시스템이 덜 정비된 빈곤국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에서도 Z세대 시위가 활발히 벌어졌다. 특히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최근 발생한 Z세대 시위로 네팔처럼 정권이 바뀌었다. 마다가스카르의 시위 사태는 정부의 잦은 단전·단수가 원인이었다. 이에 항의한 시의원 2명이 지난달 19일 체포됐고, 이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이 같은 달 25일 시위에 나섰다. 청년단체인 ‘Z세대 마다(Gen Z Mada)’가 온라인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유엔은 당시 20여 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으나,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확인된 사망자는 12명으로 모두 약탈자였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상황이 격화되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내각을 총 사퇴시키고 새 총리를 임명하면서 사태 해결을 꾀했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 11일 육군 엘리트 부대인 캡사트 부대가 시위대를 호위하고 합류하면서 정권 퇴진을 예고했다.

부패척결·예산투명성·치안개선 등 요구
위기에 몰린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3일 국외로 탈출했고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14일 라조엘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의결하고, 캡사트 부대 지휘관이었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이 17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로이터통신은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줄곧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면서 “특히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최빈국으로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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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사태에 놀란 모로코 정부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나디아 페타 알라위 재무장관은 “최대한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데 국가 예산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각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Z세대 시위가 모로코의 정책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모로코에서도 지난달 27일부터 Z세대 청년들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는 ‘Z세대 212’로 212는 모로코의 국가 전화번호다. 이들은 교육·의료 등 정부의 기본 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가 2030 월드컵 공동 개최와 오는 12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유치를 위해 예산을 무절제하게 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남미 대륙에서도 Z세대 시위대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 도심에서는 지난달 28일 청년들의 거리 행진이 있었다. 이들의 구호는 “우리가 99.9%다”였다. 자신들의 요구가 국민 대다수의 요구라는 의미였다. 시위대의 요구 사항은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과 국가 예산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치안 상황 개선 등이었다.

뉴욕타임스 등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Z세대 시위는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의 부패, 높은 실업률 등에 대한 젊은이들의 항거”라면서 “특히 정치가 신뢰를 잃은 사회에서 SNS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 시위 상징 된 ‘해적기’…일본 애니 ‘원피스’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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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기가 세계 곳곳의 시위 현장에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해골이 밀짚모자를 쓴 그림을 담은 깃발이다. 이 해적기가 처음 관심을 끌게 된 지난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시위 때였다. 정부는 이날 국기 게양을 독려했지만 곳곳에선 이 해적기가 내걸렸다. 정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마다가스카르 시위대는 원본 해적기의 밀짚모자 대신 자신들의 전통 모자를 씌운 그림의 깃발을 선보였다.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이끄는 ‘밀짚모자 해적단’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집단이다. Z세대 시위대들이 이 깃발을 사용하는 것도 만화 내용과 자신들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이기에 누구나 쉽게 깃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997년 연재가 시작된 이래 원피스는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돼 5억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단일 작가 작품으로 가장 많이 팔린 만화다. 영화나 게임 등으로도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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