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400억 털린 루브르, 중앙은행 26m 지하수장고로 보석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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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마리 루이즈 황후의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 AFP=연합뉴스

닷새 전 1400억원이 넘는 유물을 도난당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일부 전시 보석을 프랑스 중앙은행으로 이관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RTL에 따르면 이날 아침 경찰의 삼엄한 호위 아래 루브르 박물관의 보석 컬렉션 중 일부가 300m 떨어진 중앙은행으로 옮겨졌다.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은 지난 19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4인조 범인들은 스쿠터와 사다리차를 타고 센강 쪽 박물관 외벽에 도착했다. 사다리로 2층 발코니에 오른 뒤 유리창을 깨고 박물관에 들어갔다. 이후 표적으로 삼은 ‘아폴론 갤러리’에 진입, 강화유리 등을 자르는 앵글 그라인더로 진열장을 부숴 유물을 훔쳐 달아나는데 걸린 시간이 총 7분 남짓이었다.

범인들은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와 귀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가 쓴 왕관·티아라·브로치,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티아라·목걸이·귀걸이 등 왕실 보물 8점을 훔쳤다. 이중 외제니 황후 왕관은 범인들이 현장 인근에 떨어뜨린 걸 경찰이 회수했다.

루브르 박물관 큐레이터가 추산한 피해액은 8800만 유로(약 1460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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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도둑들이 훔치려다 떨어뜨려 부서진 채 발견된 외제니 황후의 왕관. 나폴레옹 3세 황제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부인에게 선물한 것으로, 다이아몬드 1354점, 에메랄드 56점으로 제작됐다.연합뉴스

중앙은행으로 이관된 보석들의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아폴론 갤러리 내 보석 왕관들과 다른 갤러리에 전시된 보석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보석은 프랑스 금 보유량의 90%가 보관돼있는 중앙은행 내 지하 26m 깊이의 수장고에 보관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첩들도 이곳에 있다.

이번에 중앙은행에 맡겨진 보석들이 다시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4인조 절도범의 신원과 행방을 쫓고 있는 파리 검찰청의 로르 베퀴오 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DNA, 지문 등 150건 이상의 증거물 채취가 완료됐다”며 “앞으로 며칠 내 (증거물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침입부터 도주까지 7분밖에 걸리지 않은 사건의 배후에 범죄조직과 박물관 내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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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내무부 법의학팀이 19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물 도난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건 발생 후 이틀 연속 문을 닫았던 루브르 박물관은 21일 정기 휴무일을 거쳐 사흘 만에 다시 문을 개관했다. 로랑스 데카르 관장은 이후 상원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출석해 박물관 내 경찰서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 19일 사건 발생 후 엘리제궁에 사직서를 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반려했다.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최초의 여성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2021년 9월부터 직을 맡아오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 노조도 박물관장의 사퇴보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강화 조치를 가속화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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