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과 '경주 담판' 부담됐나…트럼프 노골적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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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첫 방한 일정이 포함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핵무기 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에 대해선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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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제4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식 차량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순방을 앞두고 돌출한 ‘북한 카드’에 대해 외교가에선 첨예해진 미·중 갈등과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외교문제를 비롯해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사태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 김정은과의 깜짝 만남을 통해 부정적 이슈를 덮기 위한 포석을 준비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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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대화의 조건으로 내건 ‘핵보유국 인정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한다면,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클리어 파워는 국제사회가 핵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한 국가를 제외한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를 뜻한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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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뉴스1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김정은의 요구에 일정 부분 호응한 말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정은 연락한다면 만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해 이번 방한 기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까지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는 ‘방한 기간 김정은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날 가능성’을 묻자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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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 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번(2019년 6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한국에 온다는 걸 인터넷에 공개했다”며 “그쪽(북한)은 핵무기는 많지만 전화 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도 그(김정은)는 내가 (한국에) 간다는 걸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29~30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깜짝 회동을 요청받기 위한 계산된 유인책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만약 김정은이 먼저 제안한 회담에 응하는 형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할 경우, 미·중 무역협상 등 부담스러운 이슈를 덮을 새로운 메가 이슈를 만들 수 있다. 또 돌발적 회담에서 비핵화가 논의되지 않더라도 김정은이 방한 기간 굳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는 명분을 통해 비판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

“中, 양보해야 하고, 우리도 양보할 것”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부담감을 노출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다룰 무역 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들(중국)은 양보해야 한다. 우리도 그럴(양보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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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157%의 관세를 부과하려고 한다”며 “나는 그것이 그들에게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관세를 인하하길 원하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특정한 것들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원한다는 ‘특정한 것’은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린 희토류 등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 통제가 이뤄질 때마다 중국에 대한 공세를 완화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 “그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고, 나도 그걸 보고 싶지 않다”며 “(시 주석과의)좋은 회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이 준비됐다면 나는 준비됐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마찰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한국에게도 나쁜 시그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급 대화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양국의 무역 협상은 대통령의 담판만 남은 상황”이라며 “대(對)중국 공동전선이 필요한 미국에게 한국이 반도체와 조선 등 핵심 공급망에 강점을 가졌다는 점은 담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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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전날 고위 당국자 역시 순방 관련 사전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한국과 합의를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며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측은 구체적인 요구 조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 7월말 큰 틀의 무역 합의를 이뤘지만,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500조원)의 이행 방안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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