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핵보유국' 원하는 김정은…'DM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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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재차 언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렸다. 비핵화를 거부하는 김정은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 성격의 발언으로 2019년 판문점 '깜짝 회동'의 데자뷔를 예고한 것인지 주목된다. 다만 상징적인 만남으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고 준비 정황도 뚜렷하지 않아 회동이 실제로 성사되긴 어렵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 시작을 하루 앞둔 26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야외부지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가 운영을 시작했다.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을 시작하며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겠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a nuclear power)'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우리는 (김정은 측에) 알려줬고, 그도 내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만남에 "100%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했지만 이날 발언의 무게감은 다르다. 2019년 6월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이 6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정은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재차 부각해준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중략)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다만 지난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만 비핵화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꾸준히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각급의 한·미, 한·미·일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발언 역시 김정은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술적 유인책에 현재로썬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26일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사실 측면을 거론한 것으로 본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공통된 목표에 따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 보유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미국처럼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패권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으로 승인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가 '비핵화 회담'에서 '군축 회담'으로 바뀐다면 북한은 이를 정권 정당화와 체제 선전에 활용할 것이며 동북아 안보 질서는 물론 국제적인 비핵화 기조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국빈 자격으로 방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해 한·미 정상회담, 최고경영자(CEO) 오찬, 정상 실무 만찬 등을 소화한다. 이튿날인 30일에는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 혹은 경주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국빈 자격으로 이날 김해공항을 통해 방한한다.
현재로썬 트럼프 대통령의 30일 오후 일정과 정확한 출국 시점이 불분명한 데다 백악관이 공개한 순방 일정 사이 약간의 공백이 있어 그 틈을 이용해 김정은과 '깜짝 회동'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지길 바라고 이뤄지면 성원하려 한다"면서도 "관심을 갖고 미국 측과 소통하고 있지만 저희가 특별히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회동에 대해 "이번 순방 일정에는 없지만 변동이 생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가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꿔 "김정은과 비무장지대(DMZ)에서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라고 트윗을 올렸고 32시간 만에 실제 회담이 성사됐다. 당시 판문점에서 실무를 조율했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보좌했던 인물은 차기 주한 미국 대사 대리로 내정돼 현재 한반도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다.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잡고 만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의 외교 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상이 자리를 비운 채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잇달아 방문하는 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올라 반미 연대를 과시한 만큼,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로 둔 김정은이 실익이 불분명한 트럼프와의 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 자체가 자신에게 쏠려야 할 관심을 분산시키고 북·미가 밀착하는 인상을 주는 만큼 반길 리 없다는 분석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현재 김정은이 북·미 협상 재개의 주도권을 쥔 데다 러시아의 뒷배를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사진만 찍는 '깜짝 회동'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가 노벨상이나 중간선거를 의식해 이벤트성 만남을 노리더라도 내년 상반기 방북과 같은 '빅 퍼포먼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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