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집인원, 나이 제한 없이 선발…위기의 대학들 ‘만학도 모시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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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관동대 산림치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미경(49)씨가 현장에서 나무의 길이 등 치수를 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김미경씨 제공]

가톨릭관동대 만학도 학생 520명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가톨릭관동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미경(49)씨는 20대 자녀 셋을 둔 어머니이자 대학생이다.

2023년 '만학도 특별전형(만 30세 이상)'을 통해 가톨릭관동대 산림치유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산림치유지도사와 산림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산림의학개론과 같은 전문적인 수업을 듣고 있다.

과거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20대 때부터 미술강사 등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시면서 일을 그만뒀다. 그렇게 7~8년의 세월이 흘렀고 2022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김씨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때 산림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산림유치학과 만학도 특별전형을 알게 돼 도전하게 됐다.

김씨는 “어린 시절을 정선지역 산촌에서 보내 산림이 주는 치유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지금도 숲에 들어가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껴 산림자원을 활용한 치유, 휴양, 경영 및 보호 등 산림의 가치를 제대로 공부해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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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강원도 강릉시 가톨릭관동대 복지상담학과에서 연 신입·편입생 오리엔테이션 모습. [사진 가톨릭관동대]

만학도 신입생 충원율 90~100% 수준  

가톨릭관동대에는 김씨처럼 만학도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학과가 6개가 있다. 언어재활학과, 치매전문재활학과, 산림치유학과, 복지상담학과, 스마트통합치유학과, 해양치유레저학과로 재학생만 520명에 이른다.

2018년 휴먼재활서비스학부(치매전문재활전공, 언어재활상담전공)를 신설하면서 50명을 선발했는데 몇 년 사이에 학생 규모가 10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이후 신입생 충원율은 90~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휴먼서비스대학을 졸업하고 학사학위를 취득한 학생도 246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재취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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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2027학년도부터 전국 83개 대학 만학도 특별전형   

지난해 2월 가톨릭관동대를 졸업한 한경환(55)씨도 그중 한 명이다. 현역 군인이었던 한씨는 우연히 알게 된 만학도 특별전형을 통해 2020년 언어재활학과에 입학했다. 한씨는 2023년 12월 언어재활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35년간의 군 생활을 지난해 3월 마친 뒤엔 강릉에 있는 발달아동 전문기관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한씨가 재활을 돕는 아동과 성인은 20명에 이른다.

한씨는“군생활을 마친 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꼭 하고 싶었다”며 “발달이 늦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이들의 재활을 돕는 일이기에 꾸준히 공부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처럼 ‘만학도 모시기’에 나서는 대학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7학년도 만학도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83곳으로, 2026학년도(72곳)보다 11곳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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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강원도 강릉시 가톨릭관동대 휴먼서비스대학에서 연 신입·편입생 오리엔테이션 모습. [사진 가톨릭관동대]

만학도 늘자 정원 외 선발 인원 제한 폐지 

등록 인원도 2023학년도 2218명에서 2025학년도 4292명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만학도 특별전형은 개인에게는 전문자격 등을 통한 인생 2막의 기회를, 대학에는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된다.

이성은 대교협 입학기획팀장은 “고령사회가 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시대가 아니기에 다양한 연령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재취업하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만학도 전형은 평생교육 차원에서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만학도 전형은 특히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 외 선발 인원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23학년도 493명이던 정원 외 등록 인원은 2025학년도 198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전형 기간 자율화가 가능해지면서, 대학이 원하면 연중 수시로 선발할 수 있게 된 것도 확대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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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대학 생애 전반 걸친 학습 공간으로

충북 청주시의 서원대는 2026학년도까지 정원 외 선발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했지만, 2027학년도부터 제한을 폐지한다. 강원 원주시의 상지대 역시 69명이던 정원 외 인원 제한을 없앴으며, 전북 전주시의 전주대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만학도 전형 신입생이 증가하자 기존 101명 제한을 해제했다. 또 대학마다 만학도가 입학할 수 있는 학과를 늘리는 추세다.

학령인구 감소도 만학도 전형 확대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38년 신입생 충원율은 50%, 2023년생이 입학하는 2042년엔 38%로 떨어질 전망이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이제 대학은 생애 전반에 걸친 학습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균형 발전,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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