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시 강경 투쟁?…의협 법안 폐기 주장한 ‘3대 악법’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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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2025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편 등을 “3대 악법”이라 규정하며 저지를 위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전날(25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발표한 결의문에서 “국민 건강권을 파괴하는 모든 시도를 전면 거부한다”며 “모든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3대 악법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반대하는 3대 법안은 각각 약사·한의사 등과 대립하는 사안으로, 의료계 직역 간 영역 다툼 성격이 강하다.
성분명 처방은 처방전에 약의 상품명 대신 성분명을 쓰도록 하는 제도다. 타이레놀처럼 특정 제약사 상품명 대신 약의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을 기재하는 식이다. 현재 상품명 처방 방식에선 해당 상품이 품절인 경우 환자가 약을 구하기 어려워지는데, 성분명 처방이 허용되면 약사가 같은 성분의 다른 제약사 제품으로 즉시 대체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급불안정 필수의약품’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가능케 하겠다고 공약했다.
의사들은 복제약(제네릭)의 효능 차이로 인한 환자 안전 우려, 의사의 처방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한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 강제화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전성 검증되지 않은 성분명 처방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은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엑스레이)의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규정을 바꿔 한의사도 ‘안전관리책임자’가 돼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의료법은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을 의사·치과의사·방사선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의사계는 2022년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 등을 근거로 한의사에게도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반면 의협은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은 과학적 검증과 전문성 없는 영역 침탈”이라고 반발했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등이 쟁점이다. 환자가 병·의원에서 혈액 등 검체를 채취하면, 자체 검사 장비가 없는 의료기관(위탁기관)은 이를 전문 검사기관(수탁기관)에 보내 검사를 의뢰한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검체검사 위탁 시 건강보험공단은 수탁기관에 검사비 전액을 지급하고,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탁검사관리료’ 명목으로 추가로 위탁기관에 정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검체검사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부 수탁기관이 거래 유지를 위해 의원에 과도한 할인이나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실제로는 위탁기관이 더 큰 몫을 챙긴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복지부는 10% 가산을 폐지하고, 수탁기관과 위탁기관이 각각 정해진 비율(9대1 등)로 분리 정산받는 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서도 검사기관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대한병리학회·진단검사의학회는 정부의 개편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관리료 폐지로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개원가는 강하게 반대한다. 개원가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의협은 결의문에서 “검체 수탁 고시의 왜곡된 시행은 의료기관 간의 신뢰와 협력 체계를 와해시켜 필수 의료 시스템을 교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 ‘투쟁 카드’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으로 투쟁에 대한 피로감이 크고, 전공의·의대생이 다시 집단행동에 동참할 이유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 25일 임시총회에는 투쟁에 집중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이 올라왔으나, 찬성 50표, 반대 121표로 부결됐다.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 집행부 체제를 이어가기로 회원들 뜻이 모인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3대 악법’이라고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이슈는 개원가 수익과 직결된 수탁 고시 문제”라며 “이는 전공의나 의대생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난 의정갈등과는 달리 ‘찻잔 속 태풍’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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