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죄다 극우 휩쓰는 유럽서 극좌 대통령 나왔다…아일랜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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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대통령 선거에서 급진 좌파 성향의 무소속 캐서린 코널리(68)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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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더블린 더블린 성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코널리는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63.4%를 득표해, 29.5%를 기록한 통일아일랜드당의 헤더 험프리스(29.5%) 후보를 제치고 제1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중도우파 양대 정당인 공화당·통일아일랜드당이 제1·2당을 차지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지 1년도 채 안 돼 좌파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7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맡게 된 것이다. 이웃한 영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최근 극우 정당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아일랜드는 내각제 국가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이며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세계 각국에 확산되는 반정부 정서가 아일랜드 버전으로 표출됐다”며 “아무리 강력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유권자의 분노를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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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일랜드 대통령 선거 개표 센터에서 한 사람이 무소속 대선 후보 캐서린 코놀리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담긴 스웨트셔츠를 입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널리가 대선 선거 기간 동안 “높은 GDP는 가족을 먹여 살리지도, 임대료를 내주지도 않는다”면서 임대료 급등, 물가 상승, 인프라 낙후 등을 개혁 과제로 제시한 것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올해 1인당 GDP는 12만 9132달러(약 1억 8500만원)로 전세계에서 리히텐슈타인·룩셈부르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인 집값 폭등과 공공주택 부족, 전기요금·난방비 급등, 식료품비 상승 등이 사회·경제적 불안 요소로 지적돼왔다. 유럽연합(EU) 평균을 웃도는 1인당 GDP에도 교통·주거·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 결과 집권 중도우파 정당에 대한 불만이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코널리는 25일 저녁 더블린성에서 열린 수락 연설에서 “모두를 위한 포용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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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더블린 성에서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코널리의 친팔레스타인 성향과 유럽연합(EU) 군비 확충에 비판적인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널리는 “무장정파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사회의 일부이므로 가자전쟁 이후 통치 구조 내에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탓으로 돌리며, 독일의 국방비 증액을 ‘나치 시대’에 비유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전통적으로 군사적 중립을 지켜왔는데, 코널리의 발언으로 유럽 이웃 국가들과 불필요한 긴장이 초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내각제에서 대통령은 주로 의례적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변호사이면서 임상심리학자 경력을 지닌 코널리는 2016년 총선에서 서부 골웨이 지역 하원의원(무소속)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20년에는 여성 최초로 하원의 부의장직을 맡았다. 대통령직은 한차례 연임이 가능해 재선에 성공할 경우 82세인 2039년까지 재임이 가능하다. 코널리는 틱톡에서 축구 키피어피(공을 공중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발로 차는 동작)를 하거나 농구 드리블을 하는 영상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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