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동부 군마현 누마타시(沼田市)의 한 슈퍼마켓 내부에서 걸어다니는 곰의 폐쇄회로(CC)TV 영상. AFP=연합뉴스

숲에 서식해야 할 곰이 일본 각지의 마을로 내려와 주민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0월 22일까지 곰의 공격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17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6%인 114명은 산림이 아닌 사람이 거주하는 생활권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지역은 크게 ‘도시 및 들판 등 생활권’과 ‘산림 지역’으로 나뉘는데, 시기별 4∼6월에는 등산객이나 산나물 채취자 등 산속에서 곰을 만난 사례가 많았지만 7월 이후에는 마을로 내려온 곰의 공격이 전체 피해의 80%를 차지했다.

특히 아키타현의 피해가 두드러진다. 10월 들어 곰의 공격을 받은 25명 전원이 마을 지역에서 습격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일에는 아키타현 유자와시 중심가에 나타난 곰이 남성 4명을 공격한 뒤 역 근처 민가로 숨어들었다가 약 120시간이 지난 25일 새벽에야 상자형 덫에 포획됐다.

지난 20일 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하라케이기념관 부지에서 발견된 곰.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피해가 급증하자 올해 9월부터 ‘조수보호관리법’을 개정해 시가지에서도 엽총을 이용한 곰 포획을 허용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들어 곰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미 10명에 달해 종전 최다였던 2023년의 6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올해 곰의 마을 출현이 잦은 이유로 도토리 등 먹이의 흉작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또 봄철 번식기를 앞두고 수컷 곰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5~7월 사이에 출몰 빈도가 높아지는 점도 피해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곰 생태 전문가인 고이케 신스케 도쿄농공대 교수는 “40년에 걸쳐 곰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개체수도 늘어난 결과”라며 “이 상황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일 일본 동부 군마현 누마타시(沼田市)의 한 슈퍼마켓 내부에서 걸어다니는 곰의 폐쇄회로(CC)TV 영상.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