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에 집도 있고 대기업 부장인데…왜 안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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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은 회사에선 '꼰대', 집 안에선 가부장적인 50대 남성 김낙수를 연기한다.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내 집 마련’과 ‘안정적인 직장’. 대다수의 한국인이 꿈꾸는 삶의 조건이다. 통신 3사 중 하나인 ‘ACT’에서 근무하는 영업 1팀 부장 김낙수는 이 꿈을 모두 이뤘다. 서울에 본인의 명의로 된 집이 있고, 25년째 대기업에 근속 중이다. 김낙수 역시 자신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으로 칭하며 자존감을 채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1, 2화 방영 #류승룡 1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 #조현탁 PD "세대 간 공감 위한 연출 신경써"

지난 25일 처음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는 2021년 출간된 송희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2019), ‘히어로는 아닙니다만’(2024) 등을 연출한 조현탁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극한직업’(2019) 등으로 ‘믿고 보는 배우’에 등극한 류승룡이 김부장을 연기한다. 주연으로는 ‘개인의 취향’(2010년) 이후 1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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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원작 소설은 “페이지마다 웃음과 소름이 교차하는 극한의 현실적인 디테일”(배우 류수영의 추천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40만부 판매를 기록했고, 동명 웹툰으로도 연재 중이다. 드라마 역시 조현탁 감독의 디테일한 인물 묘사와 류승룡 배우의 리얼한 연기로 호평 받고 있다. 1화 시청률은 2.9%에 그쳤지만 2화 시청률은 3.5%로 상승하며 관심을 모았다.

류승룡이 살려낸 ‘50대 직장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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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김부장은 믹스커피를 고집하고, 후배들에게 일방적 조언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주인공인 6년차 부장 김낙수는 퇴직을 권유받을까 겁을 내면서도 임원을 빨리 달고 싶은 욕망에 가득한 인물이다. 이른 아침 상무 자리에 몰래 앉아 임원 흉내를 내보다가, 입사부터 25년을 함께한 ‘만년 과장’ 동기가 울릉도로 좌천되자 “나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안도한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경쟁의식이 강하다. 상무가 들고 다니는 가방보단 싸고, 후배가 들고 다니는 가방보다 비싼 가방을 사려고 용을 쓴다.

류승룡은 부동산과 승진에 집착하지만 누구보다 ‘쿨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50대 직장인의 모습을 다양한 표정과 말투로 능숙하게 그려낸다. 전형적인 ‘꼰대’의 대사를 내뱉는 김부장이 밉지 않게 보이는 건 배우의 힘이다. 조현탁 PD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류승룡 배우는 현장에서 동물적인 코미디 감각으로 대사마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살려 연기했다”고 전했다.

직종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통신사를 주요 배경으로 택했다. 50대 직장인이 느끼는 ‘시대 변화’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가야 하지만, 몸으로 뛰며 통신망을 구축하던 과거의 습관이 남아있는 업계로 통신사를 택해 취재하고, 드라마로 반영했다.

MZ세대 아들 VS 기성세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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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수겸(차강윤), 김낙수(류승룡), 박하진(명세빈). 김부장만 경제활동을 하고, 아내 하진은 중년을 잘 보내기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한다. 아들 수겸은 대학생으로,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드라마는 큰 틀에서 원작의 서사를 따르지만, 부동산 이야기를 상당 부분 덜어내고 김부장의 과거 서사와 가족 관계를 풍성하게 담았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변화가 빠른 만큼,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경우 방영 시점에 시의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2화부턴 아버지 김부장과 아들 김수겸 사이의 갈등이 고개를 든다. 김부장은 아들이 자신처럼 대기업에 취직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아들은 스타트업에 들어가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싶어한다. 둘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조 PD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해 젊은 후배들을 관찰하고, 많이 질문하고자 노력했다”며 “(시청자들이) 내가 겪는 세대가 아닌 인물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연출적 장치를 심어놨다”고 했다.

나만의 기준 찾아가는 주인공...“시청자 공감 끌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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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수(사진, 왼쪽)는 상무가 되기 위해 현재 상무인 백정태(유승목)에게 충성을 다한다.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이라는 사회적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던 김부장은 매회 고비를 넘기며 자신을 표현하던 사회적 수식어들을 떼어낸다. 당장 2화부터 김부장은 동기 대신 퇴직 권유 대상자로 지목되며 ‘대기업 부장’직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무직’으로 살아가는 50대 직장인들이 격하게 공감할 것 같은 주제”라며 “그 (압박) 속에서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잃곤 하는데, 드라마에서 김부장이 나를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타인의 조건에 맞춰진 성공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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