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대’를 갈아 붓으로…서예에 등장한 ‘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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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는 박물관에서 숨 쉬고, QR코드는 풍화돼 간다.’

‘공자님 말씀’만 쓸 것 같은 서예에서 ‘QR코드(二維碼)’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중국 중앙미술학원 왕용(王鏞·77) 교수의 ‘온라인 명언(網上金句·사진)’. 전통과 현대, 영원함과 덧없음을 감각적으로 대조한 이 문장의 출처는 온라인이다.

칼춤 추듯 절도 있는 행초서로 이름난 구로다 겐이치(黑田賢一·78) 일본 정필회(正筆會) 회장은 13세기 초 일본의 고전 단가집인 『신고금화가집(新古今和歌集)』의 구절을 자기만의 글씨로 옮겼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김양동(82) 계명대 석좌교수는 쓰고 덧칠해 지운 바탕 한가운데 도자기 병을 그리고 아래 ‘陶靈(도자기의 영)’이라 적었다. 서예와 그림, 전각(書畵刻)을 융합한 현대적 작품이다.

‘2025 한·중·일 서예국제교류전’에 나오는 3국의 대표 작품이다.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관에서 열린다. 기계가 대신 글을 쓰고 알고리즘이 이미지를 그려내는 시대, 서예는 무엇을 써야 할까 묻는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예술의전당 주관이다.

김양동 석좌교수를 비롯해 한국서총 선정작가 60명, 중국 서법가협회 추천작가 50명, 일본 서도연맹 추천작가 15명이 참여한다. 같은 듯 다른 동아시아 3국 서예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단법인 한국서총 김성재 회장은 “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132점을 통해 지필묵이 주는 서예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한·중·일 서예의 차이를 즐기며, 현대의 변화된 서예미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9일간의 전시 동안 ‘한·중·일 국제서예진흥포럼’과 ‘서예인 초청 국제교류행사’도 열린다. 다음 달 1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글씨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서여기인(書如其人)’론을 바탕으로 한국 서예의 미래를 말한다. 다음날인 2일엔 김포한강호텔에서 서예 전문가·애호가 200명을 초청, 중국·일본 서예가들과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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