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홍길동, 전우치…마당놀이‧가무극으로 재탄생한 ‘K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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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대표 영웅 캐릭터가 마당놀이와 가무극(歌舞劇)을 통해 무대에 선다. 전통극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되 세월을 관통하는 서사와 풍자로 변주되며 2025년 관객들에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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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의 삼충(홍승희)과 홍길동(이소연), 자바리(김학용). 사진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는 다음 달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조선 중기 소설 『홍길동전』을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난 2000년 무대에 오른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홍길동전’을 바탕으로 오늘날 시대 정서를 반영해 새롭게 각색했다. 홍길동이 겪었던 신분 차별과 같은 불합리를 사회적 단절, 불평등, 청년 실업 등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 문제와 교차해 풀어내겠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당시 미추 대표였던 손진책이 이번 ‘홍길동이 온다’의 연출을 맡았다. 손진책은 29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전 홍길동이 신분의 벽을 겪었다면, 오늘날에는 이념의 벽, 자본의 벽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이는 모두가 홍길동인, 홍길동이 친구가 되고 나 자신이 되는 홍길동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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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개막하는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에서 '홍길동'을 맡은 이소연과 김율희(왼쪽부터). 사진 국립극장

이 작품에서 홍길동은 여성 소리꾼이 맡는다. 국립창극단의 ‘간판’ 이소연과 국악 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다. 이소연은 “‘멋쁜(멋지고 예쁜)’ 홍길동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홍길동을 통해 대신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율희는 “홍길동의 카리스마를 장착하기 위해 남성 다운 걸음걸이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5년 전 미추의 작품에서도 여성인 김성녀가 홍길동을 연기했다. ‘홍길동이 온다’에서 김성녀는 연희감독을 맡아 후배 ‘홍길동’에게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제작진은 특히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진책은 “K팝이나 현대적 안무를 활용해 젊은 관객과 전통 연희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통 영웅 캐릭터 ‘전우치’는 가무극을 통해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예술단은 지난달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창작가무극 ‘전우치’를 공연한다. 전우치는 조선 중기 실존 인물이자 그의 활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고전 소설 『전우치전』의 주인공이다. 도술을 부려 부패한 권력을 응징하고 백성을 구제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이 작품의 이대웅 연출은 “전우치를 통해 현실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싸우는 인간적인 저항의 얼굴을 그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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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전우치'. 사진 서울예술단

‘전우치’ 역은 서울예술단 이한수 단원과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 손동운이 맡는다. 또 세계적인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참여해 전우치의 도술을 극의 감정선과 맞닿도록 하는 연출 장치를 선보인다.

‘홍길동’과 ‘전우치’는 시대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수차례 관객을 찾은 캐릭터다. 국악연구원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임희윤 문화평론가는 “홍길동과 전우치는 다양한 서사를 가진 흥미로운 캐릭터로 변주하기에 용이하다”며 “경제 사회적으로 혼란한 때에 부각될 수 있는 ‘히어로’ 캐릭터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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