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희토류·관세 패키지 멍석에서 트럼프 ‘빅딜’ 재능 발휘할까[경주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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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관세와 희토류를 축으로 한 협상 패키지의 ‘빅딜’ 성사 여부다. 그러려면 미국과 중국은 서로 추가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거둬야한다. 펜타닐·대두·틱톡으로 넓어진 두 나라의 무역 전쟁 전선에서도 나란히 물러서야한다. 톱다운 형태의 양자 간 빅딜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원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정상 특별연설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빅딜의 토대는 일단 마련됐다. 두 나라는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5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연 뒤 합의안을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11월부터 부과 예정이던 100% 추가 대중 관세를 철회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이었다. 종전안이라기 보단 휴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단 휴전안에 최종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국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미·중 모두에게 훌륭한 협상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전쟁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키지 딜의 나머지 축인 펜타닐, 대두 등 양국이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을 놓고서도 일괄 타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펜타닐 원료 공급처로 지목하고 20%의 추가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하면 이 수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대중국 펜타닐 관세를 최대 절반 수준인 10%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펜타닐 관세가 10%포인트 인하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현행 55%에서 45%로 조정된다. 50% 관세를 부과 받는 인도, 브라질보다 낮은 수치다.
이와 연관된 게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다.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대응 조치로 지난 5월부터 미국산 대두 주문을 중단했다.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에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였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 중국이 문을 틀어막자 미국이 입은 타격은 컸다. 올해 1~7월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은 지난해 대비 물량 39%, 액수 51%가 각각 감소했다.
핵심 지지층인 미국 대두 농가의 분노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두를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펜타닐 문제가 핵심 논의 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고, 미국산 대두 수출 문제와 관련한 농민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펜타닐 관세 인하를 당근으로 대두 수출길을 다시 열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둘러싼 양국 분쟁이 이번에 마무리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이 소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틱톡 금지법’에 따른 조치다. 해당 법안은 중국 공산당이 개인 정보 탈취·해킹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일자 지난해 4월 제정됐다.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런 거래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 승인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는 우리가 논의할 사안 중 하나”라며 “시 주석의 초기 승인도 받은 상태고, 곧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등 안보 의제는 두 정상간 담판에서 별로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 부르며 김정은 북한 국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했으나, 북한의 호응이 없어 사실상 북·미 정상간 만남은 무위로 돌아가는 흐름이다.
대만 문제의 경우엔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WSJ는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약화시키는 게 시진핑의 목표”라고 짚었다. 시 주석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관계 재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노려 대만 문제를 유리하게 끌고 갈 만하다.
거대 강국 정상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노딜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양국 모두 당장의 안정을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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