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오타니, 지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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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에 첫 선발 등판한 다저스 오타니는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6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땀을 닦는 모습.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도 사람이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선발 등판에서 승리와 함께 ‘야구의 신’으로 등극하는 걸 꿈꿨지만, 전날 대혈투의 피로에 짓눌렸다.
오타니는 29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WS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2018년 MLB 무대에 데뷔한 이래 WS에서 선발 등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 시절에는 가을야구를 초대받지 못했다. 다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WS 무대를 처음 밟은 지난해에는 타자로만 나섰다.
첫 선발 등판에서 오타니는 패전투수가 됐다. 6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졌고, 피안타 6개(홈런 1개)와 볼넷 1개로 4실점 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타석에서도 삼진 2개 등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투타의 핵심인 그의 부진 속에 다저스는 2-6으로 졌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은 2승2패로 동률이 됐다. WS 2연패를 확신하던 다저스 행보는 삐끗했지만, 1993년 이후 32년 만의 WS 우승 탈환을 노리는 토론토의 기세는 살아났다.
사실 오타니는지난 28일 3차전에서 6시간39분간의 대혈투를 모두 소화하고 다음 날 곧바로 선발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그는 3차전(다저스 6-5승)에서 연장 18회까지 무려 9차례나 타석에 섰다. 9타석 4안타(홈런 2개)·3타점·3득점·5볼넷으로 9타석 모두 출루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도 소화했다. 일정을 마친 건 자정을 훌쩍 넘긴 뒤였다.
평소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진 오타니는 WS 첫 선발 등판을 앞두고 피로를 풀지 못했다. 그 결과 7회에 접어들며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고, 2안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정규 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도 선발투수와 톱타자를 겸하며 만화 속 주인공처럼 활약한 오타니도 정신력만으로는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3회 오타니를 상대로 투런포를 친 뒤 세리머니하는 토론토의 게레로 주니어. [AP=연합뉴스]
반면 토론토 타선은 집중력을 살려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토론토가 0-1로 뒤진 3회 1사 1루에서 간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가 오타니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홈런을 때려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오타니의 시속 137㎞ 스위퍼가 한가운데 높은 쪽으로 들어오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비거리 120m짜리 홈런포를 만들어냈다.
토론토는 7회에 4점을 보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토론토 타선은 돌튼 바쇼(29)의 안타와 어니 클레멘트(29)의 2루타로 무사 2, 3루 기회를 만들며 오타니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안타 3개와 내야 땅볼 등으로 점수를 6-1까지 벌렸다. 다저스는 9회에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토론토 선발 셰인 비버(30)는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6회 1사 후 비버로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불펜진이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반면 전날 불펜진 9명을 모두 쓴 다저스는 4차전 7회에 닥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WS 5차전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양 팀은 1차전과 동일하게 다저스 블레이크 스넬(33), 토론토 트레이 예새비지(22)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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